워낭소리 Old Partner /2008년 작,상영시간 78분
감독, 각본 ,구성, 편집 : 이충렬 / 촬영 : 지재우 / 음악 : 허훈/ 음향 : 정일권
출연 : 최원균 할아버지, 이상순 할머니, 늙은 소, 젊은 소, 송아지 슬하가족들 외
다큐멘타리, 독립영화, 디지털, 흥행가능성 확률이 낮은 3가지 약점을 극복하고 흥행에 성공하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사진기로 사진촬영에 취미가 있어 화질에 관심을 가지고 관람했다. 디지털영화의 화질이 좋아진 것 같다.
79세의 최원균 노인과 40세의 늙은 소, 처음부터 고령이 흥미를 자극한다. 나도 어려서 농촌에서 자랐지만 40세의 늙은 소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굽어진 소의 뿔이 나이를 증명해준다. 최 노인이 밭농사 논농사를 소에 의존하는 것은 깊은 오지인 시골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왼쪽 다리가 질병으로 가늘어 걷기에 불편하여 집에서 조금 떨어진 논과 밭으로 갈 때도 소가 끄는 달구지를 타고 가고, 봉화 장터에도 소달구지를 타고 간다. 소는 최 노인에게 꼭 필요한 고마운 존재다. 정이 너무 들어 소가 40살이 되도록 생활을 같이 했다.
아마 전국에서 오지로 손꼽히는 경상북도 봉화군에서나 보기가 가능한 노인과 늙은 소를 발견하고 3년간이나 촬영을 하여 완성시킨 이충렬 감독과 지재우 촬영자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시골생활의 경험이 있고 나이가 70에 가까운 나는 영화를 보면서, 79세 최 노인이 너무 정이 많아 소와 40여년을 같이 살아 온 것에서, 따뜻하고 순수한 정을 바탕으로, 동물과의 깊은 교감을 나눈 높은 인간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결단력이 부족한 고집쟁이 바보로 보이기도 했다. 소나 개 등 인간과 친한 동물을 오래 키우는 것은 마음고생을 주므로 금기로 여기는 것은 다 아는 경험이다.
다리가 불편한 것이 소와 깊은 정을 나누게 했고, 또한 늙은 소를 팔지 못하고 우시장에 갔다가 되돌아오게 하였을 것이다. 젊은 소는 아직 최 노인 마음에 들게 훈련이 안되었고 친해지지 못했기 때문에 늙은 소를 팔지 못하게 하는 구실이 되었을 것이다. 값이 너무 싸서 못 판 것이 아니다.
늙은 인간과 늙은 소가 같이 고생을 하는 모습에서 관객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늙은 소가 눈물을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노인의 눈물, 그리고 소를 매장하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찡하게 아프다.
소의 먹이가 밭두렁, 길가, 야산의 풀이므로 농약을 사용하지 못하고 농작물을 키우는 최 노인의 고집과 그 노력도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어 보이고, 높이 평가할 수도 있으나, 젊은 농업인들에게는 당연이 어리석은 짓으로 보일 것이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지금까지 버텨온 것은 9자녀들이 생활비를 보탰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이지만 놀라운 것은 농촌 시골에 이런 노부부가 존재하는 곳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불편한 다리로 땔 나무를 산에서 가져오는 모습에서는 최 노인이 너무 강인해 보이고 한편으로는 측은해 보인다. 일하는 재미로 살고, 일을 하지 않으면 좀이 쑤셔 잠시라도 참을 수 없는, 일에 중독된 최 노인 부부의 단순한 생활 모습을 보면서, 일밖에 모르는 단순한 생활습관이 인생을 불행한 종말로 끝내는 어리석은 불쌍한 삶이라고 여겨졌다. 여운(餘韻)이 많이 남는 다큐멘타리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