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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공원의 꽃

◆버찌와 오디

 

버찌와 오디

 

까치들도 조용한 아침 여섯시

공원을 부지런히 걸어갑니다.

건강을 위한 운동이 목적이지만

나뭇잎들이 너무 싱그러워

위를 처다 봅니다.

 

벚꽃이 활짝 탐스럽게 피었던

벚나무에 새까맣게 익은 버찌가

듬성듬성 달려있습니다.

보도(步道)와 동산 흙에는 떨어진 버찌가

지저분하게 흩어져있습니다.

안 터진 것을 골라 손에 담았습니다.

 

수돗물에 깨끗이 씻어 입에 넣습니다.

완전히 익어, 쓰고 신맛은 사라지고

단맛뿐입니다.

대도시에서는 완전히 익은 과일을

먹어 보기가 어렵지만

나는 지금 완전히 익은 과일을

먹는 즐거움에 잠시 푹 빠집니다.

 

키가 큰 산뽕나무 밑에는 익어

떨어진 오디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 싱싱한 것을 주워 수돗물에

깨끗이 씻어 하나씩 입에 넣습니다.

 

단맛만 나는 오디지만

씨가 없어 먹기가 편하고

입안 혀 전체를 자주색으로

바꾸어 버리는 그 위력은 대단합니다.

 

어렸을 때 오디를 많이 따먹어본

추억, 입술과 입 가장자리도

온통 자주색으로 얼룩진 얼굴들을

서로 처다 보며 낄낄대던

순박한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완전히 익은 과일을 먹어보는 즐거움과

산골마을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들의

영상 파노라마를 바라보는 뜻밖의 선물을 받고

감사드리며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싱그러운 아침 숲의 신선한 공기를

의식적으로 크게 들여 마십니다.

대기(大氣)를 마시고, 완전히 익은 과일을

먹은 기쁨과 추억의 영상들을 간직한 채

나는 지금 도시와 산골마을을 부지런히 오가면서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리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2011년 6월 21일

 

 

 

완전히 익지 않은 버찌(벚꽃나무 열매)

 

완전히 익지 않은 오디(산뽕나무 열매)

 

 

완전히 익은 오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