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대통령측 변호사 탄핵심판 최종변론 전문
“깨끗한 정치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정치인”
존경하는 헌법재판소 이정미 소장 대행님!
특히 이 사건의 주심을 맡아 탄핵심판 절차 진행을 위하여 고생해 오신 강일원 재판관님!,
그리고 다른 재판관님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역사적인 탄핵사건 심판에서 공정한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오신데 대하여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저는, 이런 중차대한 자리에서 최종의견 진술의 기회를 갖게 되어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영광스럽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1. 우선 이 사건 심판 절차에 대한 소회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 계신 재판관님들은 물론 소추위원측 대리인들도 이번 사건 진행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사건의 중압감과 역사적 소명 의식, 과열된 여론의 압박 등으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셨을 것입니다.
저희 피청구인의 대리인들 역시 그동안 엄청난 심적 부담감과 고통을 겪어왔습니다.
처음 저희가 피청구인을 대리하겠다고 나섰을 때만 해도, 대한민국은 차디찬 광풍이 휘몰아치는 빙하기였습니다.
탄핵소추를 당한 대통령을 변호한다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변호사로서의 당연한 직분의 수행이고, 하등 비난받을 일이 아님에도, 현실은 신변 위협과 사이버테러 등을 걱정하여 엄청난 용기 없이는 나서기 어려운 공포 분위기가 압도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어렵게 대리인 선임계를 제출하고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나서서, 이제는 대한민국 최고의 약자로 전락한 피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를 신청하여도, 소추위원 측뿐만 아니라 대다수 언론 매체들은 고의적인 심리절차 지연술책이라며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폄하하였습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저희 피청구인 대리인단은 재판부의 심판절차 진행에 적극 협조하여 증거조사에 참여하였고, 증거조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을 때에는 여태까지의 증거조사 결과 확정된 사실관계를 전제로 여러 가지 법적 쟁점에 대한 준비서면을 작성하여 약 4회에 걸쳐 법리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나머지 법리적 쟁점에 대한 준비서면을 완성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였기에 지난 주말까지도 법리논쟁에 관한 준비서면 작성에 매달렸고, 오늘 오전에서야 겨우 준비서면을 완성하여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무리할 정도로 탄핵심판절차가 급하게 진행된 것은, 재판부에서도 인정하셨던 바와 같이, 대통령의 권한정지 상태가 지속되어 국가적 위기에까지 이르게 된 것을 염려하셨고,
한편으로 공교롭게도 심리중에 재판관의 임기 만료로 1명의 공석이 이미 발생하였으며, 오는 3월 13일 또 한 분의 재판관이 퇴임하시게 된 상황에서, 국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통령 탄핵결정을 7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재판부에서 결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신 때문으로 사료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가 초래된 근본적 원인이, 피청구인 측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탄핵사건은 애초에 사실의 진위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장·왜곡된 언론보도가 시민들의 도덕적 감정을 자극하였고, 그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가 촛불을 들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촛불 민심에는 순수한 시민적 공분도 있었겠지만 특정 정치세력의 불순한 정략도 뒤엉켜 있었습니다.
이성을 잃고 흥분한 여론의 압박에 떠밀려 이루어진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은 객관적인 조사와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은 소추사실에 기초하고 있었습니다.
심판절차가 진행되는 중에 재판관 1분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였음에도 충원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또 1분 재판관의 임기 만료가 임박하여 재판관 두 분의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사정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국회나 헌법재판소가 책임져야 할 사유이지, 그 점에 대하여 아무 책임이 없는 피청구인의 방어권 행사를 제약하는 불이익으로 작용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심판진행과정에서 재판관들의 결원 문제가 시간의 압박으로 작용했고, 그에 따라 피청구인의 정당한 방어권행사가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는 결과로 작용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 피청구인 대리인단은 현행 헌법상 대통령 탄핵제도가 정치적 탄핵제도가 아닌 강한 사법형 탄핵제도이므로, 탄핵심판권을 가진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에서 ‘과연 피청구인에게 대통령으로서의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법적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엄정하게 가려서 본건 탄핵심판청구를 기각해 주시리라 확신하였기 때문에, 오늘 이 최종 변론기일까지 참석하여 최종 의견 진술을 드리고 있습니다.
2.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이 사건 탄핵심판 결정의 중대성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헌법상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 투표로 선출된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으로 헌법이 보장한 임기 5년간 모든 국정을 통할하는 막중한 지위에 있게 됩니다.
이번 탄핵심판은 단 한번에 대한민국 최고 공직자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사법절차입니다.
피청구인은 2012. 12. 19.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15,773,128표를 얻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2013. 2. 25. ‘헌법을 준수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 후 대통령으로 취임하였습니다.
엊그제가 피청구인의 취임 4주년 되는 날이었고, 그 임기는 약 1년 뒤인 2018. 2. 24. 만료됩니다.
피청구인은 작년 12. 9.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되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행사가 정지되었습니다.
홀로 청와대에 유폐된 지 오늘로 81일째 됩니다.
피청구인이 탄핵소추되면서 대한민국은 정치적 혼란상태에 접어들었고, 탄핵심판이 인용되어 피청구인이 파면되면, 선거를 통한 국민의 위임으로 성립한 정부가 임기 도중에 급작스럽게 와해되는 정변(政變)의 양상을 띠게 됩니다.
따라서 이번 탄핵심판의 결론은 앞으로 수십 년 간 대한민국과 민주주의의 운명을 좌우할 역사적 의미를 띄게 됩니다.
만약 탄핵소추가 인용되어 피청구인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되면 조기대선이 불가피하고, 현재의 과격한 갈등상황에 비추어 안 그래도 시끄러울 대선과정이 극심한 대립과 국론분열, 그로 인한 혼란에 휩싸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자칫 과격한 폭력사태라도 생기면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불상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탄핵소추를 기각하여 피청구인에게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하면, 탄핵 소추에 찬성했던 많은 정치세력과 사람들이 분노하여 길거리로 뛰쳐나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요즈음 시중에는 “탄핵되면 ‘내란’이고, 기각되면 ‘혁명’이다”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참으로 무섭고 끔찍한 말입니다.
진퇴양난의 어려운 상황이고, 솔로몬의 지혜가 간절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런 때에 필요한 것은 법조인으로서의 용기와 양심입니다. 정치적 상황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하는 것, 법리적 해석에 따른 사법적 판단, 그것이야말로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라 믿습니다.
3. 먼저 탄핵 소추사유의 인정 여부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지금까지 이 심판정에서 3회의 준비절차기일과 16회의 변론기일이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이 사건의 진상이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는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조사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피청구인은 40여 년간 최서원과 가깝게 지내면서 일상생활에서 소소한 도움을 받았고, 국회의원 시절은 물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일반 국민의 시각과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조언해주는 관계로 신뢰에 기반을 둔 인간적 교분을 나누어 왔습니다.
피청구인은 대통령 취임 후 문화·체육 분야의 발전을 위한 정책을 집중 추진하면서 안종범 수석으로부터 전경련 주도로 문화 및 체육 재단법인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지원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하였으며, 안종범은 전경련 부회장 등과 함께 대기업의 후원으로 문화·체육 분야 재단법인을 설립하되, 정부가 설립절차를 도와주고 문화·체육계 전문가들이 임원으로 참여해서 2015. 10. 미르재단, 2016. 1. 케이스포츠재단이 설립되었습니다.
피청구인은 최서원에게 문화, 체육재단 운영을 도와주라고 요청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최서원이 고영태, 차은택 등과 함께 개인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플레이그라운드, 더블루케이라는 회사를 설립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습니다.
피청구인은 연설문의 일부 표현에 대해 최서원으로부터 조언을 들은 바 있으나, 그녀에게 국가 기밀 자료를 유출하거나, 공직자를 추천받는 등 국정에 개입하게 한 사실이 없고, 중소기업 등의 어려움을 도와주려는 뜻에서 안종범 수석에게 사정을 알아보고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한 사실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피청구인은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집행함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바가 전혀 없다고 하겠습니다.
더구나 세월호 사고 당시 피청구인의 행적에 관한 소추사유 같은 것은 그야말로 악의적인 유언비어에 현혹된 황당한 주장이었다는 것이 명백하게 입증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탄핵심판절차가 진행되면서, 국회의 소추사유가 근거 없다는 점이 속속 밝혀지자, 소추위원측 대리인들은 당초의 소추의결서에 적힌 뇌물, 직권남용죄 등 피청구인이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다가, 이제는,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해서 헌법을 위반했다는 막연한 주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심지어 소추위원측 주장 중에는 탄핵심판은 엄격한 법률해석보다 국민여론, 촛불민심이 더욱 중요하게 반영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2016. 12. 9. 이른바 촛불민심에 겁먹은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소추하면서 대한민국은 극한의 분열이 시작되었습니다.
‘100만 명 촛불집회’가 민심이라며 광장에 나온 시민들의 뜻에 기대어 탄핵 소추가 이루어지자 피청구인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길거리로 몰려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토요일의 대한민국은 촛불과 태극기가 험하게 격돌하는 전쟁터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경향은 점차 심화되고 과격해질 것입니다.
2017. 2. 18.(토) 서울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 상황을 보도한 기사를 보면 ‘영하 7도의 쌀쌀한 날씨에도 양손에 태극기와 “탄핵 무효” 피켓을 든 시민들이 “특검을 구속하라”, “국회는 해산하라”는 과격한 구호를 외쳤다. 연사들은 “사즉생, 결사항쟁, 묵숨이 다할 때까지 싸울 것, 죽으면 살리라” 등의 살벌한 언동을 하였다고 합니다.
피청구인을 지키겠다는 시위 참가자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급기야는 광장의 토요 시위를 넘어 헌법 정신이 보장한 국민 저항권을 발동할 것을 선포하고 ’국민 저항 본부‘를 발족하여, 그동안 평화적 방법을 고수해왔지만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완전히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음을 천명한다’고도 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이 사실상 내전(內戰) 상태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임기가 1년이나 남은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법리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혼란한 정치 상황을 안정시키고 분열된 갈등을 수습하는 미래 지향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5년 단임의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헌법 하에서 여소야대의 정치 상황이 조성되고, 돌발적 사고나 측근 비리의 발생에 정략적 여론몰이가 가세하면 언제든지 대통령의 임기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앞으로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국가의 통합을 보장하는 패자의 승복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명백한 범죄행위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의 권한남용 같은 모호한 사유로 피청구인을 파면하게 되면, 국론분열과 국정 혼란의 장기화로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저해할 것입니다.
피청구인의 탄핵인용 결정이 가져올 국가적·사회적 혼란은 실로 엄청날 것입니다.
피청구인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임기 만료 후 일상적인 수사와 재판 절차를 통해 형사책임을 추궁할 수 있고, 대통령 재임 중에도 얼마든지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의 탄핵은 법전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실제의 현실에 나올 때는 엄청난 갈등과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률상 다른 책임추궁 수단이 충분히 있는데도 굳이 비상적 수단인 탄핵제도를 동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최서원, 안종범 등 공범들에 대하여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대통령을 굳이 대통령직에서 파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검찰과 특별검사가 최서원, 안종범, 정호성 등을 탄핵 소추사유와 같은 내용으로 기소하여 현재 재판이 진행 중에 있고, 이들은 피청구인과의 공모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 중 대부분은 본인의 범죄혐의마저 억울하다며 부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타깝게도, 검찰에서 기소한 사람들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는 그리 드물지 않습니다.
최근의 사례만 보더라도 포스코 사건, KT&G 사건, 홍준표 경남지사 사건, 이완구 의원 사건 등 등 손꼽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당연히 최서원, 안종범 등에게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고, 공범들의 유죄판결도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굳이 서둘러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은 성급하고 무리한 처사입니다.
서둘러 피청구인을 파면하였다가 뒤에 최서원 등에게 무죄가 선고되면, 대한민국의 언론과 검찰은 허위와 왜곡에 선동되어 인간 박근혜를 마녀 사냥하는 식으로 폭주하여 심각한 국론 분열과 불안정한 위기를 초래하였고, 헌법재판소에서는 헌정질서의 파괴를 막지 못한 채 오히려 조장하였다는 엄청난 비난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위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아직 공범들에 대한 1심 선고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을 파면하고 공직에서 추방하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하고, 그 피해를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4. 다음으로 이 사건 탄핵심판을 인용하는 결정은 대통령 단임제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헌법 제70조는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1987년 헌정 체제로 규정된 것으로서 민주화의 산물이자, 자랑스러운 투쟁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4년 중임제 개헌론이 제기되는 상황이지만 이 5년 단임제가 지난 30년간 대한민국의 정치 안정과 민주주의를 지켜온 보루였습니다.
임기 제도는 고위공직자들의 권한과 관련하여 일정한 기간을 임기로 정하여 그 기간 내에는 안정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임기 만료 후에는 별도의 절차 없이 권한을 회수 또는 갱신함으로써 공직의 수행이 계속 국민의 의사와 이익에 부합되도록 하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헌법이 대통령의 임기를 ‘5년 단임’으로 한 것은, 장기독재의 위험성을 차단함과 동시에, 대통령이 5년 동안 여론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말고 소신에 따라 안정적으로 국정을 수행하도록 보장하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국정의 불안과 혼란 등 헌정 질서에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5년 단임제 헌법 역사상 벌써 2명의 대통령이 탄핵소추되었습니다.
탄핵소추만 되면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대한민국에서, 12년마다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혼란과 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240년이 넘는 역사에서 탄핵소추가 인용되어 파면된 대통령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이라고 해서 모두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지만, 국민들의 절제와 지혜로 국가적 혼란을 막아왔다는 점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반역이나 외환, 간첩, 고문이나 심각한 인권 침해, 개인 치부를 위한 엄청난 규모의 수뢰처럼 큰 잘못이 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단 한 푼의 돈도 챙기지 않은 대통령을 일시적 정치 상황과 여론에 몰려 탄핵소추를 인용하여 파면한다면 헌정질서의 안정과 국정의 연속성은 유지될 수가 없습니다.
한편으로 자랑스러운 민주 헌정 체제를 뒤엎는다면, 50년 전 중국이 실험하여 실패한 문화혁명이나 언론·대중민주주의 체제로 후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국민들의 시각도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탄핵제도는 헌법상의 제도로서 법전 속에 존재할 때 더욱 효과적으로 헌법을 보장하고 공직자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탄핵제도가 정치 현실에서 실제 활용되면 오히려 헌법체제를 위협하는 흉기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사례에서 드러났습니다.
탄핵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사용되는 제재 수단일 따름이며, 그 외의 방법들, 예컨대 여론과 선거, 역사의 심판이나 민·형사재판 또는 공개적 비판과 감시 등이 오히려 더 효과적인 수단이다’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5. 이 사건 탄핵심판을 인용하는 것은 인간적인 측면에서도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입니다.
피청구인은 대통령의 딸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청와대에서 보냈고, 성장과정에서 부모님을 흉탄에 잃는 역사적 비극을 겪었습니다.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충격을 극복하고 1998년 정치에 입문하였으며, 오랜 국회의원 시절을 거친 뒤 2013. 2. 25. 대통령에 취임하여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피청구인은 미혼이라 재산을 물려줄 자식도 없고, 의지할 가족도 없이 청와대에서 홀로, 오로지 일만 하면서 재임기간을 보내왔습니다.
청와대 관저 안에 있으면, 기쁜 일이 있어도 함께 할 사람이 없고, 슬퍼도 위로해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피청구인은 대통령의 딸로 태어났고 본인이 대통령으로 재임중이라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란 자리가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2005. 9. 7. 야당 대표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저는 대통령이 어떤 자리인지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봐서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오해도 많이 받고, 국민들의 걱정이 곧 대통령의 걱정이 되며, 24시간 노심초사하는 자리입니다. 무한대의 책임을 지는 자리입니다. 남들은 권력자라 하겠지만 사실 무척 외로운 자리입니다. 하지만 대통령마다 그 시대에 져야 할 책임이 있으므로, 노 대통령께서는 노 대통령 시대의 사명을 잘 생각하고 마무리하셔야 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피청구인은 누구보다도 부정부패를 증오하고, 깨끗한 정치를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정치인입니다.
피청구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자신만은 가까운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는 아픔을 겪지 않고 무사히 임기를 마친 뒤 웃으며 청와대를 떠나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잘 아는 사실입니다.
이를 위해 아끼는 형제, 친척도 멀리하며 홀로 외롭게 살아왔습니다.
그런 피청구인이 혈육도 아닌 지인을 위해 부정부패의 어두운 늪에 손을 담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피청구인에게 아무 잘못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 취임 후 형제·친척을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게 하면서, 부패의 소지를 없애려고 주변단속에 각별하게 신경을 썼는데, 홀로 살면서 40년 인연을 맺었던 사람을 지나치게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불찰 때문에 이러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발생 이후 뼈저리게 반성했고, 주변을 제대로 살피고 관리하지 못한 본인의 잘못에 대하여 세 차례에 걸쳐 국민들에게 사과했습니다.
이 사건은 누가 뭐래도 피청구인의 불찰로 인해 생긴 일입니다.
최서원, 안종범, 정호성 등 다수의 측근 인사들이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피청구인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 이상 측근의 비리를 염려할 필요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 결정상의 잘못은 헌법상 소추사유에 해당되지 않고, 탄핵 심판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헌법재판소가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 의무는 헌법적 의무에 해당하기는 하나 규범적으로 이행을 관철할 수 있는 의무가 아니므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피청구인은 측근의 범죄로 인해 그 동안 여론의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고, 자신이 지휘하는 검찰로부터 가혹한 수사를 받았으며, 그것도 모자라 야당이 임명권을 가진 특별검사에 의해 출석 요구, 압수·수색 등 헌법상 용납되기 어려운 강제수사까지 받았습니다.
피청구인이 일생을 다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되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청와대에 유폐되어 엄혹한 책임 추궁을 당해왔습니다.
이러한 그 동안의 상황들은 재판관님들이 탄핵인용 여부에 대하여 최종판단 하시는데 충분히 참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 다음에는 여론조사 결과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자는 탄핵 찬성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으니 탄핵소추를 인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른바 촛불민심이 대변하는 국민 여론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민심은 수시로 변하는 것입니다.
일시적 여론에 편승하거나 압박을 받아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문제를 결정한다면 크게 후회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촛불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보다 피청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모이고 있다고까지 합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오히려 대다수의 주민들이 탄핵에 극구 반대하는 형편이라고 듣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지난 해 12. 9. 여론조사 결과 피청구인에 대한 지지도가 4~5%에 불과하여 탄핵소추한다고 밝혔지만, 그 이후 탄핵반대 여론이 점차 상승했고, 최근 조사결과는 탄핵반대여론이 29.4%까지 올라갔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경우를 보면, 임기 말에는 모두 여론 지지도가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국정을 수행하였고, 김영삼 대통령은 6%, 노무현 대통령은 5.7%, 이명박 대통령은 7.4% 수준의 낮은 여론 지지 상황에서 임기를 마쳤습니다.
이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을 주장하는 것은 이유가 없다 하겠습니다.
7. 끝으로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피청구인은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바가 없고 따라서 소추사유는 이유 없습니다.
더구나 소추사유로 적시된 행위를 보면, 과거 역대 정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 측근 비리 사건입니다.
본인은 국민을 위해 국정을 수행하면서 선의로 추진하였던 일이고, 결과적으로 측근의 잘못을 막지 못하였다 점에서 정치적·도의적 비난을 받을 정도의 사안입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 헌법질서가 파괴되었다거나, 중대하게 손상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가사 포괄적인 의미에서 일부 ‘헌법 위배’를 의심할만한 행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청구인이 구체적인 법위반행위에 있어서 헌법질서에 역행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국민들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피청구인을 대통령직에서 내쫓는 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은 그 전도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안해질 것입니다.
오히려, 이번 사태 발생에 책임이 있는 피청구인에게, 심기일전해서 비상한 각오로 혼란한 시국을 수습하고, 국가적 통합을 위해 희생할 기회를 주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사건 탄핵소추 심판청구를 기각해 주시기를 간곡하게 호소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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