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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예측자료

더워진 한반도 ‘슈퍼태풍’ 비상

더워진 한반도 ‘슈퍼태풍’ 비상
오재호 교수, 미래태풍 예측
한겨레 조홍섭 기자
» 온난화 따른 태풍 강도 변화
100년뒤 온실가스 농도 2배되면 상륙 뒤에도 계속 발달
풍속 초속10m 늘어 달리는 열차 탈선·건물 붕괴 위력

 

지구 온난화가 한반도에 기록적 태풍인 매미와 루사를 능가하는 ‘슈퍼태풍’을 몰고올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이 태풍은 달리는 열차를 탈선시키고 아파트 유리창을 터뜨릴 위력을 지니며, 그 영향도 지금보다 훨씬 오랫동안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환경부와 기상청이 운영하는 한국기후변화협의체가 3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여는 기후변화 전문가 워크숍에서 이런 내용의 논문 ‘미래 태풍 강도 변화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다.

오 교수는 100년 뒤 온실가스 농도가 현재의 두배가 되는 시나리오에 근거한 미래 기후환경에서 2002년과 2003년 각각 우리나라를 관통한 태풍 루사와 매미가 다시 온다면 어떻게 될지를 예측했다.

미래 태풍 매미는 실제 태풍 매미와는 달리 한반도에 상륙한 뒤에도 열대성 저기압으로 바뀌지 않고 계속 발달하는 모습을 보인다.〈그래프〉 이 태풍은 한반도를 통과한 뒤에도 따뜻해진 해수면에서 에너지를 보충하면서 강도를 더욱 증가시키는 경향을 지닌다. 따라서 태풍의 영향은 지금보다 오래 계속될 전망이다.

슈퍼태풍의 강도도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오 교수의 계산으로는, 미래 태풍 매미가 한반도에 상륙할 때 중심기압은 실제 태풍 매미 때보다 10hPa(헥토파스칼, 기압의 단위) 낮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위력이 강하다. 오 교수는 “이 정도의 중심기압 감소는 반경 50~100㎞의 바다를 10㎝ 끌어올리는 엄청난 에너지를 추가로 갖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의 태풍 매미는 기상관측 이래 중심기압이 가장 낮은 태풍으로 사천지역에서 950hPa을 기록했다. 따라서 미래 태풍 매미는 한반도에서 940hPa, 동해에선 938hPa까지 떨어지는 초강력 태풍이 되는 셈이다.

늘어난 태풍의 에너지는 풍속의 증가로도 나타난다. 미래의 태풍 매미는 부산 인근 해안지역에서 과거보다 초속 10m 이상 풍속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2003년 태풍 매미 때 제주 고산에는 초속 60m의 바람이 불어 우리나라의 순간 최대풍속 기록을 갈아치웠다. 부산에서는 컨테이너부두의 대형 크레인이 줄줄이 전복되기도 했다. 오 교수는 “초속 70m(시속 252㎞)의 바람이 분다면 웬만한 건물은 풍압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의 태풍 루사는 5조2천억원에 이르는 재산피해와 강릉에 하루에 870㎜가 내린 강수량의 기록을 지니고 있다. 미래의 루사는 상륙시 중심기압이 6hPa 감소하고 이틀 누적강수량이 최고 200㎜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오 교수는 “이번 예측이 태풍이 생성해 발달하는 기상장이 똑같다고 가정한 데 따른 불확실성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가 낸 보고서 내용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기사등록 : 2007-08-29 오후 08:01:10 기사수정 : 2007-08-30 오전 11:3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