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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는 시시각각 생태 위기로 치닫고 있다. |
과학창의 칼럼 수많은 생명체들이 유기적인 생명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지구. 현재 과학적으로 규명된 140여 만종의 생물 가운데 90% 가량은 곤충이나 연체동물과 같은 작은 동물로, 열대림이나 해저 등 인간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환경에 살고 있다.
기후대별로는 한대가 1∼2%, 온대가 13∼24%, 열대가 74∼84% 정도이다. 특히 열대우림은 육지 표면의 7%에 지나지 않지만 생물종의 절반이 서식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 지역도 생물종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생명의 다양성>에서 ‘열대우림의 파괴로 말미암아 1년에 최소한 2만여 종의 동식물이 사라지며, 10년마다 10% 안팎의 생물종이 멸종된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인간, 생물종의 손실에 직접 영향을 끼치다
실제로 지구는 시시각각 생태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인간이 자연환경에 의존해 살기 때문이다. 인간은 과잉 사냥과 어업, 모피와 가죽 등의 상품 생산, 야생 식물의 과도한 채취 등으로 생물종의 손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서식지 파괴, 외래종과 질병의 도입, 환경오염, 유전적 교란 등은 간접적인 영향에 속한다. 물질적 풍요를 위해서 엄청난 자원을 캐낸 뒤 폐기물로 바꾸어 대기와 물, 땅, 바다에 퍼붓기도 한다.
자연은 아스피린(버드나무 껍질), 항암제 텍솔(주목) 등을 제공해 인간을 돌보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의 삼림 벌채로 인해 한타바이러스와 말라리아 등의 전염병이 창궐하는 등 가혹한 대가를 요구하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에서 소리 없이 사라지는 생물종들이 있다. 녹아내리는 얼음 때문에 북극곰과 철새는 서식지를 구하지 못하고, 사막화 현상으로 생태계가 바뀌고 있으며, 해수면의 수온 상승으로 바다거북은 새끼를 암컷으로만 낳을 위기에 처해 있다. 이것이 멸종의 징후라면 이미 사라진 것들도 수두룩하다.
중앙아메리카 코스타리카에서 서식하며 열대의 신비로운 색깔을 간직했던 얼룩개구리는 이제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른 개구리 종들도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 기후변화로 구름 형성이 많아지면서 균류가 번식해 개구리 몸체에 질병을 유발한 탓이다.
이렇듯 기후변화는 생물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많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물의 감소만 해도 그렇다. 식수 고갈을 일으키는 것은 눈에 보이는 피해 양상의 하나일 뿐이다. 사하라사막이 점차 넓어지면서 제비처럼 장거리 이동을 하는 새들의 이동경로를 차단한다. 이로 인해 이전에 사막 가장자리 지역의 비옥한 토지에서 먹이를 얻어 에너지를 충전하던 기회를 잃게 된다.
일부 동물들이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마다 수천 km를 날거나 헤엄쳐서 혹은 걸어서 이동하는 동물들에겐 기후변화에 적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새로운 생존전략을 마련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탓이다.
최근 기후변화의 양상은 아프리카에 거대한 재앙으로 다가서고 있다. 이미 한 세기 전 기후변화로 인해 대규모 희생을 겪었던 케냐는 그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쓸어 버린다’를 뜻하는 대재앙 ‘에뮤타이(Emutai)’가 20세기를 코 앞에 두고 케냐 전역을 휩쓸었다.
일 년 내내 비가 오지 않으면서 시작된 재앙은 화재와 토양 침식을 일으켜 거주지를 파괴했다. 이로 인해 흉막폐렴과 천연두 같은 전염병이 확산되기도 했다. 굶주린 눈빛의 마사이족 마을 사람들이 독수리 떼의 먹잇감이 됐다. 이런 비극적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킬리만자로산(해발 5,895m)을 비롯해 케냐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은 사하라사막 이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코스이자 수백만 년의 기상 데이터를 간직한 ‘아카이브’ 구실을 했다. 그런 만년설의 이상 징후가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지난 2000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인공위성 사진 판독 과정에서 만년설이 녹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현지 조사까지 이뤄졌다.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에 대한 현지 조사를 진행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의 지질학자 로니 톰슨은 “킬리만자로산이 지금 상태로 녹는다면 2020년 무렵에는 정상의 눈이 사라지고 암석만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킬리만자로 정상의 해빙은 기후변화와 산악지대의 산림 채취가 맞물린 결과이다.
기후변화의 재앙이 당대의 문제임을 실감케 하는 징후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적도의 섬나라 투발루는 기후 변화로 인해 국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북극의 빙산이 녹고 바닷물이 많아져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태평양의 산호섬 나라를 삼키기 때문이다.
투발루의 연평균 해수면 상승률은 5.5mm(1993년~2007년 1월)이다.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률인 연간 1.8mm보다 3배나 높은 수치다. 지금의 해수면 상승률이 지속된다면 10년 뒤에는 2.96~3.36m나 된다. 투발루의 가장 높은 지대(3.7m)가 물에 잠기는 데는 60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여기에서 나온다. 섬 전체가 바다에 잠긴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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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년설이 녹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
미래의 아틀란티스를 예약한 투발루의 뒤를 잇는 산호섬 나라도 한둘이 아니다. 남태평양의 키리바시, 바누아투, 쿡 제도, 몰디브 등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기상청은 1990년대부터 남태평양 섬나라들과 함께 해수면 상승치를 관찰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해를 거듭할수록 만조 수치가 경신되고 있다고 한다.
유엔기후변화정부간위원회(IPCC)가 내놓은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산호섬 나라의 비극적 현실을 확인케 했다. 아무리 인류가 자연친화적인 삶을 선택해 온실가스를 줄이더라도 전 세계 해수면은 최소 18cm에서 최대 38cm까지 상승한다는 것이다.
이미 해수면 최고치가 3.48m에 이른 투발루로선 손을 쓸 기회조차 없는 셈이다. 다른 산호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다양한 변화로 인류의 미래를 예견하다
지금 극지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인류의 미래를 예견케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을 판독하면 북극해 빙산이 10년 주기로 3~4%씩 줄다가 21세기에 들어서는 8% 비율로 빠르게 녹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캐나다 라발대학 워윅 빈센트 교수 연구팀은 2005년 8월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캐나다 최북단 엘스미어섬에서 떨어져나간 66㎢나 되는 거대한 빙하가 북극해에 표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빈센트 교수는 “당시 균열의 충격은 지진계에 감지될 정도였으며, 엘스미어섬 밑바닥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지구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거대한 빙하가 표류하는 것은 캐나다의 지도를 바꾸고 북극해 서북항로를 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거대 빙하가 움직이면서 자원의 보고인 극지의 생물자원이나 원유 탐사 같은 활동에 지장을 주는 것은 드러난 피해일 뿐이다.
해류의 혼란이나 기록적인 폭염, 생태계 교란 등에 따른 묵시적인 재앙까지 염려해야 한다. 이미 홍수와 가뭄, 전염병 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심지어 탄소량 증가로 인해 옻나무의 독성이 심해지고 있다는 보고도 나왔다.
지구의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해양분지를 메우고 있는 빙상이 불안정해지면서 지구상에 있는 고체 상태의 물의 90%를 품고 있는 남반구에 심각한 변화가 나타나 해수면을 수 m 이상 상승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지구는 태양에서 온 자외선의 일부를 우주로 보내지 않고 대기 중에 가둬야 한다. 그래야만 생태계가 혼란에 빠지지 않고 건강하게 유지된다. 수증기나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가 태양으로부터 유입된 에너지를 계속 품고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갈수록 지구를 뒤덮는 온실가스가 온도계의 수은주를 밀어 올려 파멸의 씨앗을 퍼뜨리고 있다.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만 해도 379ppm(2005년)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처럼 해마다 2~3ppm씩 오르도록 방치한다면 2050년이면 500ppm, 다음 세기 말에는 900ppm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지구에서 대량 멸종이 일어났던 1000ppm에 이르는 건 시간 문제인 셈이다.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은 지구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게 틀림없다. 극지의 빙하가 완전히 녹는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해도, 열대 지역에서 증발된 많은 해수가 극지방으로 운반되어 눈으로 내린다 해도 내륙의 얼음이 녹거나 붕괴되는 현상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남극의 경우 해안의 빙하 흐름이라는 자연적인 컨베이어 벨트에 의해 해안으로 실려 내려온 견고한 얼음이 떨어져 나오면서 해수면에 영향을 줄 게 틀림없다. 이보다 먼저 수자원을 빙산수에 의존하는 남미의 수십억 인구가 물 부족에 직면하게 된다. 세계 수자원의 3분의 1을 공급하는 히말라야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바다의 산성화, 해양생물들을 위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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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몰디브 섬도 해수면 상승으로 위기에 처했다. |
벌써부터 바다는 산성화로 인해 산호를 비롯한 해양생물들이 심각한 위협에 놓여 있다. 바다는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약 3분의 1을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알칼리성이 약해지면서 바닷물의 수소 이온 농도지수가 8.1pH의 약알칼리성으로 산업혁명기에 견줘 0.1pH 가량 떨어졌다.
지금의 이산화탄소 증가 흐름을 이어간다면 21세기 말에는 7.8pH에 이르러 탄산칼슘을 주성분으로 하는 플랑크톤의 껍질이나 산호의 골격이 녹게 된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500ppm만 되어도 남극해의 일부 지역에선 탄산칼슘이 녹고, 780ppm이 되면 남극해 전체와 북태평양 일부 지역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사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온도는 섭씨 0.6도 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 작은 변화가 생물종에 미친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생존공간이 줄어들면서 먹이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높은 온도에서 번식력이 좋은 곤충들만 살판났다. 안타깝게도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곤충들의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예컨대 식물 화분 매개나 토양 분해 등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곤충들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 작물 생산량의 3분의 1이 야생 곤충들의 화분 매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곤충들이 사라진다면 천문학적인 경제적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쯤 되면 지구가 ‘제6의 멸종’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말을 허무맹랑한 가설로 여기기 어렵다. 지구촌 전역에서 곤충과 식물이 사라지는 속도는 지난 세기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서 일부 생물학자들은 6억 년에 걸쳐 다섯 차례 일어난 대량 멸종이 재연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멸종의 역사>를 펴낸 동물학자 리처드 엘리스는 “지금까지 존재했던 생물 가운데 99%가 멸종했다. 이들은 출현한 지 1천만 년 안에 사라졌는데 인간이 출현한 뒤 멸종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해마다 5만 종에 이르는 생물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며 제6의 멸종을 주장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대량 멸종 상황에서 육지의 생태계가 먼저 위기를 겪었던 게 확실해 보인다. 이런 가설은 지구의 미래를 예측하게 한다. 지구의 35%는 흙이 없는 지역으로 지난 40여 년 동안 경작 가능한 땅의 3분의 1이 소실됐다.
멕시코만에서 죽음의 지대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으며, 나미비아 해안에서는 독가스인 황화수소가 방출되고 있다. 해저 퇴적물에서 황화수소가 발생해 해양 표면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오염된 간척지에서는 또 다른 재앙이 싹트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눈에 보이는 멸종의 증거는 지극히 미세한 온난화의 대가에 가깝다. 또한, 제6의 멸종은 미래의 갑작스러운 사태가 아니라 인간에 의한 ‘현재진행형’의 위기라는 사실을 기억 해야 할 것이다. 만일 ‘탄소 제로’에 나서지 않는다면 멸종 생물의 복원을 꿈꾸던 인간이 멸종 생물 목록에 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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