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식자료

6.2지방선거 후 한국 정치지도의 현주소 - 金 進 중앙일보 논설위원

6.2지방선거 후 한국 정치지도의 현주소 - 金 進 중앙일보 논설위원

 

서울상대17 동기회는 우리나라 경제개발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동기회로서 육사로 말하면 8기나 11기에 해당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훌륭한 모임에 나와서 말씀 드릴 수 있어 영광입니다.

 

정치인을 풍자하는 이야기 중에 골프 치다가 벼락을 맞아서 죽은 사람의 국회의원이 모두 방긋 웃고 있는데 그 이유를 알고 보니 번개가 칠 때 사진기자가 사진을 찍는 줄 알고 웃는 포즈를 취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정치부 기자를 하면서 정치인들과 만날 기회가 많은데 하루는 三金시대 유력한 가신의 한 사람이 기자인 저에게 퀴즈를 냈습니다.

 

남자의 정자(精子)와 기자(記者)의 공통점이 무어냐고 하는 것입니다. 제가 대답을 못하자 "인간이 될 확률이 1억분의 1밖에 안 된다' 는 악의성 죠크였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즉석 퀴즈를 내서 정자와 난자의 공통점은 무어냐고 물었더니 그 정치인 역시 대답을 못했는데 정답은 ' 정자나 난자나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로 인간이 될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최근 정치 전담기자인 저에게 6.2 지방선거의 결과를 놓고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또 다음 大選까지도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을 바탕으로 그에 대한 대답을 드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는 크게 2가지가 변수로 작용을 했다고 봅니다.

 

첫째는 2~30대의 영향력 입니다.

 

그에 앞 서 지역감정이란 변수가 과거보다는 작지만 하나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2~30 대의 영향력 보다는 약하기 때문에 논외로 하겠습니다.

 

지지층이 아무리 넓다고 하더라도 그 것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으면 낙선하는 것이 선거의 속성입니다.

 

2~30대는 항상 反 보수적이라고 보아야 하는데 지난 17대 大選에서는 2~30대의 투표율이 낮아 MB가 대승했다고 해석할 수 있으며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는 전체 투표율이 2.9% 올라간 반면 2~30 대의 투표율은 4~5% 올라가서 이런 결과가 난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과거에는 중간지대였던 40대가 이번에는 反輿, 親野로 돌아 섰다는 것입니다.

 

2002년 大選 당시 40대의 성향이 46:43으로 親 이회창이었는데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40대의 성향은 오세훈 : 한명숙의 비율이 40: 54 로 역전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2~30 대가 왜 反 보수, 反 정부 ,反 권력 적이 되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여기에도 3가지의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역사적 경험입니다.

 

이들 2~30대의 인지능력이 눈 뜨는 초등학교 시절에 권위주의 사회가 격동의 사회로 바뀌는 여러 가지 사건이 발생하였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대학교 주사파의 등장, 88,89년 임수경, 황석영의 방북, 90년 3당 합당 , 97년 DJ에 의한 정권교체 , 00년 남북 정상회담, 02년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 등 사건들이 이들의 세계관 , 북한관, 통일관 에 영향을 끼친 것입니다.

 

2~30대가 反 보수가 된 두 번째 이유는 교육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전교조의 교육을 통하여 이념적 개방화와 친북 성향이 늘어나고 현대사와 근대사에 대한 냉소적 비판적 자세가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육문제에 있어서 간과해서는 안 될 사항이 또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이 시간강사 문제 입니다. 이들 7만 내지 9만명에 달하는 시간강사들은 월 200만원의 낮은 보수로 생활고에 시달리며 정부에 비판적이 되는데 그것도 박사학위와 같은 지식을 바탕으로 정교하고도 실증적인 방식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2~30대가 反 보수가 된 세 번째 이유는 인터넷 미디어입니다.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 등 인터넷 매체들은 조중동 신문사의 경우 편집 실무책임자가 50대인 반면 2~30대가 편집 실무 책임을 맡고 있어 이들 역시 재정적 어려움과 함께 늘 실직의 공포 속에서 反 정부적 反 권력적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가세한 미디어가 트위터인데 이외수와 같이 26만명에 가까운 Follower를 가지고 있는 인사가 천암함 사건에 이상한 소리를 하면 그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것을 우리는 실례로 보고 있습니다.

 

 

 

6.2 지방선거에서 영향력을 미친 변수의 두 번째는 후보 단일화 입니다.

 

민주화 선진국에서는 없는 후보 단일화가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는 큰 변수로 작용하였습니다.

 

내각제 하에서 선거후 정당간의 연합을 꾀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념과 정책을 달리하는 정당들이 각 당이 공천을 한 후에 후보를 단일화하는 것은 정당정치를 무력화 시키는 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과거 DJ와 JP 의 연합 , 노무현 정몽준의 연합 (이건 나중에 깨졌지만) 에 이어서 다가오는 7.28 보궐 선거에서도 후보 단일화가 거론 추진되고 있는데 이러한 비정상적인 후보단일화가 유권자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의 특성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수 측에서도 대연합을 과제로 내 걸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회창이 6.2 지방 선거후 보수 대연합을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하겠습니다.

 

이상과 같이 이번 6.2 지방 선거의 중대 변수가 2~30대의 영향력과 후보 단일화의 두 가지라는 설명을 드렸는데 맺는 말씀을 드리자면 현재 우리나라 정치는 가치와 이념에 있어서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겠습니다.

 

위기의 하나는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공동체적 가치가 무너져 내렸다는 것입니다.

 

소위 제1야당이 대북결의안을 반대하는 것은 과거 신민당 시절에도 없었던 일입니다. 만약 이스라엘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면 제1야당이 존립할 수 있을까요?

 

천암함 사건에 대하여 29%가 못 믿고 있다는 사실은 과거 10년 동안의 진보정권의 후유증이라고 보지만 너무나 가치 실종적입니다.

 

MB 정권이 들어서서 '정치권력'이 정상화 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권력과 함께 양 날개를 구성하고 있는 언론, 방송, 인터넷, 법조, 시민단체 등 '사회권력'은 아직도 과거 10년의 세월 속에 묻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항이기 때문에 2~30 대가 갖고 있는 좌절감, 反 정부적, 反 권력적 성향은 설혹 2012년에 정권이 바뀌더라도 2017년에 가서는 역시 야당의 표가 될 것입니다.

 

과거에는 지금보다 훨씬 못 살았어도 한 손에 망치를 들고 한손에 연필을 쥐고 노력하면 잘 살 수 있고 계층이동도 가능할 것이라는 合意를 품었었는데 지금은 서민층 빈곤층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계층이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좌절감에 빠져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금 2년 반 뒤의 선거에 대하여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어느 정권이 들어 서도라도 우리 앞에는 언젠가 갑자기 들이 닥칠 북한의 급변사태와 같은 외적 소용돌이가 몰려오고 있는데 이에 대처 해 나갈 만한 내부적 결집력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이글은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17회 포럼에서 강의한 내용을 심명기 동문이 요약한 것을 이곳에 전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