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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자료

배워서 남 주실 분만 오세요, 세계은행으로

[경제 issue &] 배워서 남 주실 분만 오세요, 세계은행으로

[중앙일보] 입력 2010.11.01 20:55 / 수정 2010.11.01 21:22
선진국의 성장세가 지지부진하자 신흥경제국에 글로벌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바라는 분위기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런 역할을 맡기에 신흥국 중 처음으로 개최국이자 의장국이 된 한국보다 더 적합한 나라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세계은행은 매우 성공적인 관계를 맺어 왔다. 1973년 한국은 최빈 79개국을 원조하는 세계은행의 자금기구인 국제개발협회(IDA)를 졸업하고, 77년 공여국의 자리에 올랐다. 한국은 최근 IDA 기금 조성에 많은 공헌을 했고, 올해 1월 IDA 수혜국으로는 최초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했다.

 이런 놀라운 결과는 분명 거시경제 수립과 분야별 정책의 분석·권고를 한국이 열린 자세로 받아들인 덕택이다. 물론 지식기반 경제를 추구하면서 한국이 인적자원에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은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처음부터 한국은 인적자원 개발 없이는 경제도 성공할 수 없음을 잘 이해했다.

 그런 우수한 인재를 지금 세계은행이 찾고 있다. 우수한 한국의 인재를 채용해 세계은행에서 함께 일하며 한국의 놀라운 경제적 성공을 가능케 했던 지식과 노하우를 배우고자 한다.

 갈수록 환경은 불안정하고 빠르게 변하고 있다. 난제가 많아 글로벌 개발 전망은 밝지 않다. 따라서 세계은행은 극빈층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열정적 일꾼을 간절히 원한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제의 회복세는 여전히 더디며 미약하고 고르지 않다. 2010년 하루 1.2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절대 빈곤층의 수가 6400만 명에 이르고, 2009년에는 식량·에너지·금융 위기의 삼중고로 4000만 명 이상이 기아에 내몰렸다. 위기가 터진 이후 세계은행은 1400억 달러를 회원국에 지원하기로 약정했으며 810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금액을 지급했다. 이는 성장과 일자리 측면에서 세계경제의 정상화에 기여했다.

 세계은행은 다극화된 세계경제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개방적 개발(Open Development) 의제를 발의해 투명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공조해 개발 해법을 찾고자 했다.

 국제개발 분야에서 일하는 건 힘들지만 정말 신나는 일이다. 187개 회원국에 봉사하는 세계은행엔 160개국 출신 1만 명 이상의 직원이 일한다. 워싱턴 DC에 있는 본부에 3분의 2 정도가 근무하며 나머지 직원들은 전 세계 100여 곳의 사무실에서 일한다. 세계은행은 교육·보건·공공행정·인프라·금융·민간개발·농업·환경·천연자원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유능한 개발 전문가를 찾고 있다.

 세계은행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많지만 아직 더 필요하다. 세계은행의 ‘젊은 전문가 프로그램(Young Professionals Program)’은 최소 3년 이상의 전문 경력과 정책 결정 경험자이면서 박사급의 고급 연구자를 채용하는 프로그램으로 우수한 한국인의 지원을 기다린다. 28세 미만의 학사 학위 소지자는 ‘준 주니어 전문가(Junior Professional Associate)’에 지원 가능하다. 이외의 경력자와 컨설턴트 채용 정보는 세계은행 홈페이지(www.worldbank.org/jobs)를 참고하면 된다.

 나는 한국에서 학생·전문가들과 빈곤 퇴치라는 세계은행의 사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과 세계은행은 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여러 곳의 국가를 지원하려는 공동목표 아래 정책과 프로젝트에 관한 공동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세계은행은 한국직원의 채용에 강한 의지가 있으며, 이를 통해 강화된 동반자관계는 전 세계 빈곤층의 궁핍을 뿌리 뽑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의 유명한 속담에서 힌트를 얻은 말을 마지막으로 이만 줄이겠다. “배워서 남 줍시다(Let us learn to share with others).”

하산 투루이 세계은행 인사 담당 부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