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가 녹고 있다(2005년 8월16일) |
홍성민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
이제 사람들에게 지구온난화라는 말은 차라리 일상의 친숙한 용어가 되어버린 듯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상이변들이 웬만하면 지구온난화의 부산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IPCC)’ 2001년도 보고서는 지난 100년간 지구 지표면의 평균 기온이 0.6℃ 상승하였는데 그중에서 지난 50년간 발생한 기온 상승의 대부분은 인간 활동 탓으로 분석했다. 즉 인류의 주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은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하면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가 늘어나서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만약 온실가스의 대기농도 상승률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21세기 말에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적게는 1.6℃에서 많게는 5.8℃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인위적인 기후변화가 앞으로 계속 지속되거나 또는 가속화되는 상황을 가정해서 예측한 지구 환경변화의 시나리오는 우리들에게 충격적인 재앙이 닥쳐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가시적인 지구 환경변화 가운데 하나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빙하 융해와 소멸 현상이다. 빙하는 기후 조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지구온난화는 빙하에 새로운 기후적 스트레스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발표되고 있는 연구결과들을 보면, 지구상에 분포하는 거의 모든 빙하들이 급속도로 녹아 없어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앞으로 환경재앙이 닥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빙하가 녹아내리는 실태를 살펴보면 단순히 우려를 넘어서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붕괴되는 남극 빙붕 |
| ||
| ||
지구상의 최대 빙하축적 지역은 남극이다. 한반도의 60여 배 크기인 남극대륙은 전 세계 담수의 약 70%를 빙하 얼음으로 저장하고 있다. 만약 남극빙하가 전부 녹는다면 전 세계의 해수면은 60~70m가 높아진다. 남극대륙의 육상에 분포하는 빙하는 상대적으로 안정한 상태로 있지만 바다 위에 떠 있는 두꺼운 얼음판인 빙붕은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쉽게 붕괴될 소지가 다분하다. 남극대륙에서 남미대륙 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남극반도에 분포하는 작은 규모의 빙붕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다. 특히 남극반도 동부 연안에 있는 라센A(Larsen A) 빙붕은 1940년대 말부터 붕괴가 시작되더니 1995년 1월에는 남아있던 2000㎢의 빙붕이 완전히 붕괴되면서 사라져 버렸다. 라센A 빙붕의 남쪽에 위치한 라센B 빙붕도 지금까지 5천 7백㎢의 빙붕이 사라졌고 본래 빙붕 면적의 40% 정도만 남아 있다. 남극반도의 빙붕 붕괴 현상이 지속된다면 라센 B 빙붕의 남쪽에 위치한 라센C 빙붕도 앞으로 10년 내에 붕괴되기 시작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미국과 영국의 합동연구팀은 지난 40년 동안 촬영된 항공사진과 위성사진 자료들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올해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처음으로 남극반도에 위치한 244개의 육상빙하들 중에서 87%에 해당하는 212개의 빙하가 지난 반세기 동안 계속 후퇴하고 있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였다. 그러면서 빙벽의 후퇴 속도는 최근 5년 사이에 더 빨라져서 일 년에 평균 50m씩 후퇴하고 있다. 이 정도의 붕괴 속도가 계속된다면 빠른 속도로 해수면 상승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과학자들은 특히 남극반도에서 빙붕과 육상빙하들이 유난히 빨리 소멸되고 있는 원인으로 이 지역에서의 급속한 기온 상승을 들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남극반도에서는 기온이 2.5℃나 상승했는데 캐나다 유콘 지역과 함께 지구상에서 기온이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지역이다.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안정된 상태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훨씬 큰 규모의 남극빙붕에서도 이따금 엄청난 크기의 빙산이 쪼개져 나오고 있다. 1998년 10월에는 43만㎢ 면적을 가진 론(Ronne) 빙붕에서 직경 150㎞ 폭 50㎞에 이르는 ‘A-38’로 명명된 빙산이 쪼개져 나왔다. 그리고 2000년 3월에는 면적이 50만㎢로서 남극에서 가장 큰 빙붕인 로스(Ross) 빙붕에서 ‘B-15’라고 명명된 빙산이 쪼개져 나왔는데, 크기는 폭이 37㎞나 되고 직경이 무려 295㎞에 달했다. 이후 몇 개로 조각난 B-15의 빙산편들은 지금도 남극해 주변을 떠돌아다니고 있다. 남극의 대규모 빙붕에서 이렇게 큰 빙산들이 쪼개져 나오는 현상이 반드시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 더구나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수십 년마다 반복되는 자연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만약 남극 빙붕들이 전부 녹는다면 해수면은 수m나 상승하기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남극의 대규모 빙붕들의 동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 ||
소멸하는 북극 빙하
북극에 분포하고 있는 빙하들도 역시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북극권에 영토를 소유한 8개국과 이누이트족 등 북극권 토착민 단체들로 구성된 ‘북극위원회(The Arctic Council)'는 북극권이 다른 지역보다 2배나 빨리 기온이 상승함으로써 앞으로 닥칠 심각한 환경재앙을 경고하는 북극기후 영향평가 보고서(ACIA)를 작년에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로 그린란드 연안에 위치한 빙하들이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녹아 없어지는 속도가 한층 가속화되었고, 빙하가 녹는 면적도 점점 넓어져서 2002년에는 1979년의 면적보다 16%나 증가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빙하가 녹은 물은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서 해수면 상승을 촉발시키고 있다. 그린란드뿐만 아니라 북극권의 알라스카와 캐나다 서부 지역은 지난 반세기 동안 겨울철 기온이 3~4도나 상승했다. 알라스카의 경우 90년대 중반에 들어와서 산악빙하들이 급격하게 후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빙하의 두께도 매년 평균 1.8m씩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ACIA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의 빙하 소멸 양의 절반 정도가 알라스카 빙하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극에서는 육상에 분포한 빙하만 녹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북극해를 덮고 있는 바다 얼음, 즉 해빙도 매년 분포 범위가 감소하고 있다. 특히, 봄과 여름에 감소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리고 지난 30년간 여름철 북극 해빙의 평균두께도 거의 40%나 감소했다는 분석들도 있다. 북극해 바다 얼음의 여름 분포 범위가 감소하는 속도가 점점 가속화되면 바다 얼음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북극곰이나 바다표범과 같은 포유동물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면 이런 포유동물들을 사냥하면서 살아가는 토착민들의 생활기반도 붕괴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빙하의 융해 현상은 중·저위도에 위치한 고산지대의 산악빙하들도 예외는 아니다. 전 세계의 고산지대에 분포하는 빙하들의 4분의 1이 2050년까지, 그리고 2100년에는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과학자들은 21세기 중반이면 미국의 로키산맥, 캐스케이드 산맥 등에 있는 빙하는 거의 사라질 것이라 한다. 그리고 금세기 말이면 유럽 알프스 산맥에 있는 빙하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 히말라야의 빙하들도 40년 내에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최고봉인 킬리만자로의 산꼭대기에 그림같이 덮여 있는 빙하도 15년 내에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2003년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되었다. 빙하 융해로 생존위기 | ||
| ||
| ||
현재까지 관측된 빙하 소멸 현상과 맞물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변화들은 우리들에게 단지 경고성 메시지만을 주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일부 섬나라 국가들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생존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바로 해수면 상승 때문이다. 지난 100년간 해수면은 10~ 20cm가 상승했고 금세기에는 평균 50cm, 최고 90cm까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호주 북동쪽 태평양에 위치한 인구 1만 1천명의 미니국가인 투발루는 전 국토가 해발 4.5m 이하로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국토의 대부분이 침수될 위기에 처해있다. 과학자들은 50년 이내에 투발루가 바닷물에 완전히 잠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IPCC의 보고서는 인도양의 휴양지 몰디브가 앞으로 30년 후쯤에는 국토의 상당부분이 물에 잠기고 2100년쯤엔 완전히 수몰될 것으로 내다봤다. 빙하의 융해로 초래되는 환경재앙은 내륙 국가들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내륙 산악지대에 분포하는 빙하들은 인접 국가들에게는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그리고 수력발전에 필요한 수자원의 보고이다. 히말라야의 경우 극지방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빙하가 분포하는 지역으로서 빙하 면적만 3만 3천㎢에 달한다. 히말라야 빙하는 인더스 강, 양쯔 강, 메콩 강 등 아시아 7대 강의 수원지로서 연간 약 8백 6십만㎥의 물을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빙하가 사라진다면 인도와 네팔, 그리고 중국 등은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은 자명하다.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의 2005년도 보고서는 이지역이 직면한 심각한 환경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히말라야 빙하들은 매년 평균 10~15m씩 후퇴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은 빙하에서 녹아 나오는 융설수가 증가하면서 인근 강물이 불어나 홍수의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은 네팔이나 중국 티베트고원의 고산지대에서 빙하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빙하호수에 융설수의 유입이 불어나면서 언제든지 붕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빙하호수의 연약한 자연제방이 갑자기 붕괴되면 다량의 퇴적물과 뒤섞인 급류가 강기슭을 따라 밀고 내려오면서 막대한 재산과 인명 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실례로 네팔에서는 1985년에 빙하호수의 제방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급류로 인해 당시 쿰부(Khumbu)지방에 막 준공한 수력발전소가 완전히 휩쓸려가 버리기도 했다. 또한 2000년 8월에는 중국 티베트고원에 있는 빙하호수가 붕괴되면서 인근 마을을 급습해 1만 여 가구가 파괴되는 등 7천 5백만 달러 이상의 재산상 손실을 가져오기도 했다. 한편, WWF 보고서는 장기적으로 보면 히말라야 빙하가 거의 다 녹으면서 융설수가 감소되기 때문에 상황은 역전돼서 강물의 유량도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 인도 북부와 네팔 그리고 중국의 서부지방은 만성적인 물 부족 사태를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인도 갠지스 강의 경우, 융설수가 다량 유입되던 여름철의 강물이 예전보다 3분의 2가 줄어들면서 이 강 유역에 사는 5억 인구와 관개농지의 37%가 심각한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추정했다. 강물이 감소하면 또한 수력발전이 타격을 받고 산업생산이 감소해서 경제적인 손실도 동반된다. 물 부족으로 발생되는 더욱 큰 문제는 주로 빈민계층의 사람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며, 따라서 커다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는 점이다. | ||
자연재앙 가져올 기상이변
지구는 지금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의 빙하들이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면서 직간접적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엔 더 큰 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모든 나라들이 환경재앙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기준을 초과한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수세기동안 존속하기 때문에 정점에서 감소추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십 년이 소요된다. 따라서 인류는 최소한 수 세기 동안 지구온난화라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구시스템은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현대 과학으로는 아직까지 미래의 기후변화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예측 시나리오에서 경고하는 변화 말고도 현재로서 가능성이 낮은 다른 환경변화에 맞닥트릴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런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거야말로 지구시스템에는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예를 들면, 적도에서 집적되는 태양열을 극지방으로 전달하는 해류 대순환 시스템이 가동되도록 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북대서양의 열염분 해수순환(thermohaline circulation)이 북극지방에서 융설수 유입이 급증하면서 교란되는 상황이다. 만약 북대서양의 열염도 해수 순환이 약해지거나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서 정지해 버린다면 미래의 기후변화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실제로 ACIA 보고서는 북극빙하가 녹으면서 북대서양의 열염도 해수순환이 변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국방부의 비밀보고서에 따르면, 빙하가 녹으면서 해류 순환에 큰 변화가 생겨 20년 내에 북유럽의 기후가 시베리아성 기후로 바뀌고 전 지구적으로는 한파와 가뭄, 폭염, 폭풍우 등 기상이변이 속출해서 인류에게 재앙이 닥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지구의 자연환경으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누려왔던 우리 인류가 이젠 거꾸로 지구의 인위적 자연환경 변화로부터 가장 큰 위협에 직면해 있을지도 모르겠다. 끝 |
'미래예측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워진 한반도 ‘슈퍼태풍’ 비상 (0) | 2007.08.30 |
---|---|
영화 `투모로우`가 현실로 ?북유럽 엄청 추워져.. (0) | 2007.03.24 |
"짧아진 겨울" 지구 온난화 때문이래요 (0) | 2007.02.13 |
빛과 지구 온난화 - 이종민 교수 (0) | 2007.02.10 |
인류 멸망 ´최후의 심판´ 에 대비 … 모든 종(種) DNA 표본 달 보관 추진 - (0) | 2006.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