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비평]고물가 공화국의 비애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100달러(약 9만5000원)를 벌기는 어려운 일이다. 미국의 경우 시간당 최저임금이 5달러50센트니 우리 돈으로 약 5200원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100달러를 벌려면 18시간을 꼬박 일해야 하니 최소한 이틀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이처럼 100달러를 벌기 위해 미국에서 이틀을 일해야 한다면 후진국 중에는 한 달 동안 근무해야 월급으로 받을 수 있는 나라들이 많다. 이와 같이 100달러를 벌기 위해 힘을 들이더라도 그 돈을 가지고 가치 있게 사용할 수만 있다면 노력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돈을 쓰더라도 그 가치를 제대로 얻지 못한다면 100달러를 벌기 위한 노력을 헛되게 느끼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몇 주 동안 미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 생활비가 턱없이 높다는 것이다. 한 예로 서울의 갈비집에서 1인분에 3만원(약 33달러)이나 4만원(약 40달러)을 내고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국민이 번 돈 100달러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100달러를 가지고 5∼6명이 소고기 식사를 한다면 우리 나라에서는 2∼3명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음식뿐 아니라 옷값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예로 우리나라의 백화점에서 10만원을 주고 사는 와이셔츠가 미국의 백화점에서는 25달러 정도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백화점이 미국의 백화점보다 4배나 비싼 셈이다. 따라서 같은 100달러라도 미국이 서울보다 4배의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주택도 마찬가지이다. 다음은 서울 시내에서 12억원하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서울에서 12억원짜리 아파트가 40평 공간에 화장실 2개에 그친다면 미국에서는 같은 금액으로 최소한 그보다 4배는 큰 저택을 사게 될 것이다. 한 예로 워싱턴 근교의 포토맥을 들여다보자. 포토맥에서 워싱턴 중심인 백악관까지는 20분 정도의 통근거리이다. 이 포토맥에서 12억원(약 130만달러)짜리 저택을 사면 최소한 대지 500평에 지하에는 헬스나 어린이 놀이방으로 쓸 수 있는 대형 공간이 주어지고 1층과 2층에는 침실 5개에 화장실 5개, 거실, 식당 등의 공간을 갖춘 150평형짜리 3층 집이 된다. 여기서 특기할 것은 포토맥이 미국에서 가구당 소득이 가장 높고 집값도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곳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렇게 같은 돈 100달러를 가지고 미국은 우리보다 4배 이상 소비할 수 있고, 우리는 후진국이면서도 미국 국민에 비해 4분의1 밖에 소비할 수 없다면 결국 불쌍한 것은 우리 국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관점에서 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국민의 소득을 줄이지 않으면서 의식주에 소요되는 비용을 낮추는 길이다. 예를 들어 농촌에서 농민이 1000원에 출하하는 배추가 서울에서 5000원에 팔리는 경우, 배추의 유통을 개선해 배추 재배 농민에게는 계속 1000원이 돌아가게 하면서도 도시민이 2000원에 사 먹을 수 있게 한다면 같은 소득을 가지고 국민의 복지를 2배 이상 올리는 셈이 된다. 따라서 정부에서 복지정책의 하나로 분배에 치중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현재의 소득을 가지고도 복지를 4배나 올릴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100달러 가지고 미국에서 서울보다 4배의 효용이 있다면 현재 소득을 가지고도 국민복지를 4배나 향상시킬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같은 100달러를 가지고도 미국 국민의 소비의 4분의 1의 혜택만 누릴 수 있다면 결국 우리 국민만 불쌍해지게 될 뿐이다. 곽수일 서울대 명예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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