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 별을 만드는 초강력 빛 [중앙일보]
별들은 어떻게 빛을 내는 것일까. 이 수수께끼를 푸는 실마리는 상대성이론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주었다. 물질이 에너지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수소 원자핵 4개가 합쳐지면 헬륨 원자핵 하나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을 핵융합이라고 한다. 그런데 헬륨 원자핵의 질량은 수소 원자핵 4개를 각각 합친 것보다 0.7% 가벼워진다. 이 줄어든 0.7%의 질량은 핵융합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로 변한다. 천체물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별들은 수소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내부온도가 1000만도에 이르는 아주 뜨거운 별의 중심부에서는 수소 원자핵이 헬륨 원자핵으로 변하는 핵융합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빛에너지가 방출된다고 한다. 별이 빛나는 것은 그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때문인 것이다. 태양이 빛을 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토드 디트마이어 박사팀은 1999년 4월 8일자 네이처지에 초강력 빛을 이용해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이기는 하지만 핵융합을 최초로 성공시켰다고 발표했다. 드디어 빛을 이용해 반짝이는 별을 만든 것이다. 이때 사용된 빛의 에너지는 고작 10W 전구를 0.012초 정도 켤 수 있는 양이었다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 작은 에너지로 수천만도의 높은 온도에서나 가능한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 어린 시절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돋보기로 종이를 태워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따스하기만 한 태양빛 에너지도 돋보기로 한 점에 모으면 종이에 불을 붙일 만큼 큰 에너지가 된다. 또한 이 집속된 에너지를 아주 짧은 시간에 사용하면 순간출력(에너지/시간)은 더욱 커진다. 예를 들어 10W 전구를 10초 동안 켤 에너지를 1000분의 1초에 사용하면 순간출력은 10만W가 되며, 10억분의 1초에 사용하면 1000억W가 된다. 레이저는 이와 같이 짧은 시간 동안에 에너지를 집중시켜 초강력 빛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장치다. 디트마이어 박사팀은 35펨토초(1펨토초:1000조분의 1초)의 아주 짧은 순간 동안 약 3.4조W의 초강력 빛을 내는 극초단 초고출력 레이저 발생 장치를 이용해 실험실에서 인공별을 만든 것이다. 과학자들은 초강력 빛을 이용해 이제는 별뿐 아니라 우주를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 우주의 생성과 진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 따르면 초기 우주는 아주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원자 구성 요소인 전자.양성자.중성자가 각각 따로 존재했으며 중성미자.뮤온 등과 같은 소립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레이저 빛의 순간 출력이 1페타W(1000조W)의 100~1000배에 이르면 레이저가 만드는 전기장의 세기가 엄청나게 커져 원자가 전자.양성자.중성자 등으로 각각 분리되기 때문에 초기 우주 상태를 아주 작은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 초강력 빛을 이용해 극한의 환경을 만들고, 그 속에서 물질의 근본을 탐구하는 극한과학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극한 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3년 내에 1페타W의 극초단 초고출력 레이저 시설을 갖게 된다. 초강력 빛의 최고 출력 기록이 깨질 때마다 그 전에는 불가능했던 실험을 통해 미지의 극한세계가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과학자들의 학문연구에 대한 욕구는 한이 없다. 앞으로 이러한 초강력 레이저 빛은 초기 우주 상태 연구, 블랙홀 규명 등뿐 아니라 큰 건물 크기의 암치료용 양성자 발생장치나 대형 고에너지 전자가속기 시설 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의 소형화를 가능케 할 것이다. 또한 나노세계를 입체적으로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공간 동시 관측용 차세대 영상장치 개발이나 레이저 핵융합 기술개발 등에 이르기까지 그 응용분야가 매우 다양해질 것이다. 지리산에서 본 아름다운 별들을 실험실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날이 기다려진다. 이종민 광주과학기술원 고등광기술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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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3 20:47 입력 / 2007.03.23 20:49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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