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테라스 위에 섰다. 무대의 단상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예전에는 왕궁터였다고 한다.
목조로 지어졌기 때문에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왕궁을 증축했던 흔적이 남아있다.전면과 좌우로 멀
리 탁 트인 광장은 군대의 연병장 같은 느낌이다. 테라스길이가 300m가 넘으며 문둥이 왕 테라스까
지 뻗어있다. 테라스 외벽은 3단으로 나누어져 돌을 깊게 파서 조각들의 윤곽이 크고 뚜렷한 것이 특
징이다. 계단 좌우로 머리 셋 달린 코끼리가 코로 연꽃을 모으는 조각이 기둥역할을 하고 있다. 눈에
확 들어오는 작품이다.
코끼리 테라스
코끼리가 코로 연꽃을 모으는 조각작품-너무 정교하다.-
나는 이집트의 룩소르 신전(BC14~13세기 건조)도 보고, 그리스 아테네의 올림포스 제우스 신전(AD120년경 건조)의 박물관도 보았지만 길이 300m의 깊이 판 양각의 조각작품은 처음 보았다. 코끼리 조각의 크기가 실물크기와 유사하다. 일반적으로 동물을 소재로한 조각작품 을 과소평가한다. 룩소르신전에도 인간에게 우유와 고기를 제공하는 양을 소재로한 거대한 석상이 존재한다. 원시적인 냄새를 짙게 풍기지만 한편으로는 신전의 외부를 장식해 주어 화려하게 보인다. 코끼리테라스도 그런 시각으로 보면 긍정적이다. 규모가 커서 놀라웁다. 넓은 벌판을 테라스에서 바라볼 때 앙코르 톰의 스케일이 더 크게 느껴진다.
주도로에서 갈라지는 보도 앞 계단에 내부 담벽이 있고, 그 담벽의 기초 부분에 큰 말의 조각이 있다. 내부 담벽에 새겨진 “머리 다섯 달린 말” 조각이 있다. 사실적이며 세련된 조각기술이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 왕의 말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말은 압쌀라(춤추는 여신)들과 무서운 모양의 악마들에게 둘러싸여있다. 악마들은 몽둥이를 들고 겁먹은 인간 들을 쫓고 있다.
머리가 다섯 달린 말.
문둥이 왕 테라스
코끼리 테라스와 연결되어 있는 이 테라스는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 외벽과 나란하게 안쪽에 겹 으로 벽이 되어 있다. 프랑스가 이곳을 보수하면서 바깥벽과 비슷한 구조의 부조가 된 두 번째 벽이 있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일부 건축 전문가들은 이 두 번째 벽이 건축 설계를 변경하여 축 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역사 학자들은 이것이 지상의 메루산과 똑 같은 지하의 메루 산자락의 일부를 뜻하는 것이라고 전설의 내용을 앞세우기도 한다.
현재 이곳에 있는 문둥이 왕(Leper King)의 상은 복제품이다. 실물은 프놈펜의 국립박물관에 있 다. 문둥이 왕은 오른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앙코르에서 보 기 드문 조각으로 학자들 중에는 이것이 '자바'의 스타일이라고도 말한다. 이 특별한 조각의 또 다른 특징은 문둥이 왕이 옷을 거의 벗고 있고, 남성 심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이 조각이 문둥이 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어떤 역사 학자는 이 조각이 부의 신인 '쿠베 라'를 의미한다고도 하는데 그것은 쿠베라가 문둥병자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조각에는 14-15세 기의 문자로 기록이 남아 있는데, 그 뜻은 '야마의 심판'이란 의미로 야마(염라대왕)는 죽음의 신 또는 심판의 왕으로 불렸다.
코끼리 테라스는 쫘악 뻗은 직선인데 반해 문둥왕의 테라스는 각진 기단에 내벽과 외벽의 이중 벽의 형상을 취한다. 왕궁의 동쪽 고푸라 문쪽의 성벽 아래로 들어가, 내외벽 사이의 통로를 따라가면 그 차이를 자세히 볼 수 있다.
원래 왕궁 밖 정원 테라스인 이곳은 왕궁의 겹 성벽 중 외부 성벽과 맞물려 있었으며 그 최초의 벽은 사암으로 쌓았고 그 폭도 1m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붕괴되어 같은 재질로 새로 쌓으 면서 그 폭을 2m로 확장했다. 쟈야바르만 7세는 왕궁을 확장하면서 왕국의 위용에 걸맞는 장 엄한 코끼리 테라스를 건설하였는데 테라스의 선을 맞추기 위해 원래의 것을 놔두고 같은 선상 에 테라스를 새로 건립하다보니 이렇게 두 겹의 테라스가 형성되었다.
확장 신축된 테라스는 기단의 각면이 25m이며 높이는 6m, 아래쪽 기단은 강한 라테라이트(적 암)를, 부조를 새기는 윗단은 부드러운 사암으로 건축했다. 윗단은 총 7단으로 쌓았는데 각 단마다 부조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프랑스의 한 학자에 의하면, 대부분의 크메르 유적지가 사당의 성격을 띄고 있다고 한다. 그 이 유는 왕을 화장한 후 그 유골을 모셔두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문둥이 왕 테라스에 왕들의 전 용 화장터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소위 이 '문둥이 왕'의 조각은 바로 야마를 상징한 것으 로 보아야 한다는 설을 제시했다.
캄보디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왕 앞에 엎드리기를 거절한 한 신하를 왕 이 칼로 베었는데, 그 때 그의 침이 왕에게 토하여져 왕이 나병에 걸리게 되었다고 한다. 또 어떤 역사가들은 자야바르만 7세가 나병에 걸려서 그 바람에 많은 병원을 짓게 된 것이라고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왕이 문둥병자였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트레블게릴라와 goangkor에서 인용
문둥이 왕 테라스는 사람을 주제로 한 조각작품이다. 예술적으로는 코끼리테라스보다 높이 평가 된다. 다양한 얼굴의 표정은 창의성이 풍부함을 보여준다. 두 개의 테라스가 동물과 인간을 주제 로 택하여 조화와 구색을 갖추어 높이 평가된다. 부조의 규모가 큰 것에 경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앙코르 왕조 특히 자야바르만 7세 왕의 재정능력, 통치력, 조각작품을 만든 다수의 장인들 의 설계,조각기술,예술적인 표현능력이 뛰어났음을 볼 수 있다.
끝으로 왕궁터를 묘사한 주달관의 기행문을 소개한다.
주달관은 "왕궁과 관청은 모두 동쪽을 향하고 광장을 내려다 본다. 황금의 사자로 장식된 테라스에 국왕이 서서 친히 백성들에게 답례를 한다. 위쪽에 있는 규모가 큰 궁전은 복잡 한 설계이지만 그 정교하고 장려함은 바욘 묘에 뒤지지 않는다. 황금 기동에는 백금으로 선녀와 불상이 새겨져 있으며 높은 천장은 짙은 남색으로 빛난다. 다만 지붕만 어두운 납 으로 덮여 있으나 그것이 황금과 푸른 숲과 대조를 이루어 매우 장중하게 보인다. 시각적 으로 매우 훌륭한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수성암을 이용한 탑은 하늘의 재판소로 거짓말을 한 사람은 한 명씩 탑에 가두고 2~3일 동안 굶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