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납골당을 마련한 소감 - 2005년 7월 5일 쓴글
11대종손인 나는 92년도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부터 선조의 묘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묘가 인근 4곳에 분산되어 있으나 전답을 물려받아 소작인에게 부탁하여 벌초를 하여 별로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산소가 20여기를 넘으면서 벌초하는 분들이 종종 한 두개 산소를
빠뜨린다. 벌초비용이 점점 증가하고 소작인들이 생색을 내고 산소주위에 나무도 무성하게
자라 1년의 한번 벌초로는 산소모양이 점점 보기에 흉하게 변했다. 보기흉한 산소를 볼 때
마다 종손으로서 자책감이 커지고 추석 성묘 때는 의례 잔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산에는 이미 산소들이 차버려 후손들이 산소를 쓸 자리도 마땅치 않다. 후손들은
점점 낮은 곳에 산소를 써야하는 데 낮은 곳은 배수가 잘 안되고 물이 고일 확률이 높아
매장이 오히려 후손에게 화근(禍根)이 될 수도 있다.
납골당을 지어야겠다는 결심은 아마 5년 전쯤에 한 것 같다. 마침 2년 전에 여의도 공원에
서 납골당 전시회가 있어 납골문화가 조성되는 것 같아 더욱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금년4
월부터 준비에 착수했다. 5월 27일부터 파묘와 유골화장을 시작하여 5월 28일에 11대 할
아버지 산소가 있던 자리에 납골당 석조조립식건물을 세웠다. 납골당건물을 먼저 세우고 나
중에 화장한 유골을 순차적으로 모시는 순서를 택하였다. 아주 순조롭게 빠르게 진행이 되
어 6월 1일에 화장한 모든 유골(25기)의 납골당 안치를 끝을 내고 6월 6일에 납골당에서
후손들이 모여 제사를 지냈다.
3년 전에 두 분의 유골을 파묘하여 화장한 경험이 있어 파묘와 화장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
졌고, 퇴직 후에 해외여행시에도 외국의 장묘문화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갖고 관찰을 하여
조상의 유골을 파묘화장을 한다고 해서 후손이 피해를 당할 우려가 있다는 생각은 추호도
한 적이 없다. 윤달이 드는 해에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나
의 건강상태가 좋으므로 6월 6일이 현충일이라 아주 좋은 날이라고 여겨 과감히 진행을
했다.(주역을 연구했으므로 택일의 이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기(氣)가
왕성하면 지구와 달의 자전과 공전에 의한 기의 흐름의 사이클도 영향을 받지 않는 다고 생
각한다)
25분의 산소를 파묘하면서 확인한 사실은 옛날 분들은 비교적 높은 곳, 양쪽이 경사가 지어
배수가 잘되고 물이 안 고이는 곳에 산소를 썼다. 산소의 방향도 물의 흐름을 중요시 했지
좋은 방향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쪽이 길한 방향이라고 고집하지 않았다. 가
장 높은 곳에 자리한 11대 할아버지 산소는 상하좌우로 석회가루를 넣어 15센치 정도 두께가
형성 되었다. 257년이 되었는데도 완전한 형태의 유골이 나왔다. 치아도 그대로 있고 심지
어 발가락뼈도 그대로 있다. 공기가 통하지 않아서 부패하지 않았다고 한다. 석회가루를 한자
이상 쓴 산소는 미라가 나온다고 한다. 옷과 살이 그대로 있어 다시 이장을 했다고 동리의
선험자가 말한다.
한자이상 두껍게 석회가루를 사용한 묘는 깨지지가 안아 역시 다시 이장을 했다고 다른 선험
자가 말한다.
반면 236년 된 9대조 할머니 산소에서는 물에 잠긴 유골이 나왔다. 주위가 논인 야산에 있는
산소다. 첫째 부인이 38세에 돌아가셔서 재취를 했는데 둘째 부인이 23세에 돌아가셨다. 둘째
부인의 시신이 물에 잠겨있는 것이다. 다시 결혼을 했는데 3째, 4째 부인도 24세, 26세에 돌아
가셨고 5째 부인 만 68세까지 사셨다. 둘째 부인의 시신이 물에 잠겨 불길한 일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묘소문화의 잘못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74년 된 산소,58년 된 산소를 파묘했는데 석회석을 사용하지 않아 유골은 흔적도 없어 검은
흙만 납골함에 담았다. 검은 흙도 없는 산소도 나왔다. 한줌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이다.
시신이 없는 산소가 명당(?)자리 라는 말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서울대학교 문리과 대학을 나온 안동민 교수가 번역한 심령과학 책(15권)을 전에 읽었다.
영혼은 집착할 대상, 즉 시신, 오랫동안 사용한 물건 등이 없어야 영계(靈界)로 빨리 간다
는 내용도 있다. 그래서 물건은 태워버리고 시신은 화장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도 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