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 그리고 한국기업
강사 : 안경수 회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공과 졸업
미국 Stanford 대학원 재료공학 박사
대우전자 Computer사업본부장
삼성전자 정보 PC 사업본부장
일본 Fujitsu 수석부사장 겸 한국 Fujitsu회장
일본 Sony 수석부사장 겸 Sony Korea 회장
현 노루 페인트 회장
저는 공대를 나온 후배로서 서울대학교 10년 선배 여러분 앞에 선 것이 주제넘은 자리로 생각되지만 국내 대기업에서 정보통신 분야 임원을 역임하고 같은 분야의 일본 대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서울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는데 1977 년 당시 Steven Paul Jobs가 Apple을 시작할 때 그를 만나기도 하였고 국내에서는 대우전자 컴퓨터 사업본부장과 삼성전자의 PC 사업본부장을 지낸 다음 일본에 가서 Fujitsu 와 Sony의 수석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어 정보통신 분야 전반에 관한 현황을 포괄적으로 설명드리고 나서 일본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한국 정보 통신 분야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소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전자 및 정보통신 산업 환경의 현황을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 본다면 3대 Hardware 즉 PC, Mobile Phone, TV 가 Cloud Computing이라는 Software Network를 통하여 연결되어 있는 상항이라고 하겠습니다.
정보 통신분야 전체 Hardware 시장이 1,000 조원 규모이고 이 중 위 3대 Hardware시장이 500 ~ 600 조원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그림에는 이들 Hardware 의 소재, 부품 기술과 Software 기술 그리고 Network 기술, 다양한 Contents 등이 녹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항을 “신 결합의 시대” 또는 “융합의 시대” 라고 하는데 이 시대에는 ICT (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가 됩니다.
ICT는 산업적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삼성전자의 Memory 반도체의 예에서 보듯이 효율성과 경쟁력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 해주고 있는데 한 편으로 사용자적인 측면에서 보면 최근 농협의 전산망 사고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안정성과 건전성의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전자 기술에서 앞 선 일본이 1980년대에는 미국의 록펠러 재산을 사 들일 정도로 잘 나가다가 오늘 날과 같이 뒤 처진 것은 ICT 의 이용에 있어서 미국보다 뒤졌기 때문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일본이 전성기를 누렸던 과거의 산업구조가 수직적(Vertical), 통합적( Integral), 폐쇄적( Closed) 구조라고 한다면 현재의 산업구조는 수평적(Horizontal), 부분적(Modular),개방적(Open)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나 혼자만 경쟁력이 있으면 1등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내 것과 남의 것을 합쳐서 공존공영 하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고 그 것이 주로 ICT 때문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Eco System 이란 생태계를 말하는 것으로서 천연적이든 인공적이든 생명을 유지시키는 환경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전체 조직망의 부분으로서 존재하며, 전체 조직망 내에서 각 요소들은 다른 모든 요소들과 직접적·간접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전체적인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원리를 말하는데 이러한 원리가 정보산업분야에서도 적용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최근 동반성장이란 말이 거론 되고 있지만 인위적으로 이익을 나누어 갖는다는 개념보다는 Eco System 에 적응한다는 개념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를 세계적 스타로 만든 3 가지 제품이 Memory반도체, LCD Panel, Mobile Phone 이기 때문에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대통령보다 영향력이 큰 인물로 부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따라 잡기 위하여 총력을 기우릴 당시 삼성 구조조정 본부에서 전략 기획 업무를 맡아 보면서 10년~20년 뒤의 그림을 그려 보기도 하였었습니다.
지금은 어느 덧 우리나라가 일본과 동반자 내지는 경쟁관계에까지 되었다고 하겠습니다만 당시 일본의 기술 수준은 우리나라가 도저히 따라 잡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즉 일본은 17명의 노벨상 수상자중 15명이 이공계이고 기술의 수출과 수입의 비율이 3.5 : 1 인데 반하여 우리나라는 이공계 노벨상 수상자는 물론 한 명도 없고 기술의 수출 수입 비율이 0.5 : 1 즉 기술 수입이 수출의 2배에 달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본이 현재와 같이 추락한 이유를 저는 일본 회사에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몇 가지 문제점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첫 째 1970~1980 년대 일본의 전성기에는 종신고용제, 가이젠(改善)활동, 그리고 높은 교육열, 이 세 가지가 효자 노릇을 했는데 이러한 전략은 2등에서 1등을 따라잡을 때는 유효하였지만 1등이 되고 나서 유지 발전시키는 전략으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둘 째 이당시 일본의 리더들은 1920 ~1930 년 출생자들로서 나라의 구심점으로서 천황이 존재하고 있어 천황을 위하여 기꺼이 희생정신을 발휘하였고 군국주의 영향으로 명령 복종과 작전의 완벽주의를 추구하여 산업자본의 시대에는 기업경영의 효율화에 크게 기여하였지만 산업자본의 시대가 금융자본의 시대로 변모한 현재에는 그 만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일본어에 "만든다(物 tsukuri) " 라는 의미의 말에 3 가지가 있는데 모두 “tsukuru"라고 발음합니다. ”作る“ 는 Skill 을 뜻하고, ”造る“는 Engineering 을 ,”創る“는 Philosophy가 들어있는 의미인데 유형(有形)의 산업자본 전성기에는 두 번째의” 造る“까지는 잘 했지만 무형(無形)의 금융자본시대에 들어서서는 ICT의 활용에 뒤 처지는 바람에 ”創る“하는데 까지는 못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세계 10대 은행중 일본이 2~3 개 들어 있었지만 지금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이것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인적자원의 폐쇄성을 문제점으로 들 수 있습니다.
미국의 강점은 이민정책에 있다고 할 정도로 개방성이 풍부한데 비하여 일본은 폐쇄성으로 인하여 조직 내에서도 나와바리( なわばり, 繩張り)가 있어서 외부의 신선한 입김이 들어갈 여지가 없습니다.
한국은 삼성의 예를 들면 본부장이 상경계이면 부 본부장에 이공계를 앉히는 등 상호 보완하는 인사를 하는데 일본에서는 본부장이 결정되면 자기 구미에 맞는 인사를 하여 나와바리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이상 몇 가지 일본 산업계의 문제점을 지적하였습니다만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산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성공요인을 꼽는다면
첫 째 스피드 경영 ,
둘 째 과감한 투자 ,
셋 째 철저한 집행력,
넷 째 희생정신 등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위와 같은 성공요인 때문에 몇 개 부문에서는 1등을 할 수 있었지만 과연 1등인가 ?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1등을 유지 할 수 있을까? 라는 점입니다.
저는 그래서 일본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바로 우리가 안게 될 문제점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즉 일본이 1등을 따라 잡을 때 사용했던 전략이 1등을 수성하는데 써 먹히지 않는 것처럼 우리나라 산업의 성공요소들도 앞으로는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이 1위를 하고 있는 Memory반도체, LCD Panel, Mobile Phone 등은 모두 남들이 먼저 만든 것을 따라 간 것입니다. 등산을 예로 들면 속도 경영으로 8부 능선까지는 남보다 먼저 오르는데 성공했지만 나머지 2부 능선을 오르기는 몇 배 어렵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삼성이 팀플레이로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공정거래 등 문제 때문에 과거와 같은 팀플레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그 동안은 철저한 집행력을 과시하였지만 시장이 다른 제품이 한 회사의 틀 안에 혼재 되어 있어 이것들이 분리되지 않고는 철저한 집행력을 발휘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더욱이 과거에는 희생정신이 잘 발휘되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희생정신만을 기대 할 수 없는 세태가 되어 어떻게 하면 동기를 부여하는 인사제도를 구축하느냐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시대가 과거의 Vertical-Integral-Closed사회에서 Horizontal-Modular_Open 사회로 변모하였으니만큼 우리 사회도 새로운 개념의 Business Model을 추구해야 하고 그 해답은 국가나 기업이나 융합의 시대 -Eco System 의 구축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이글은 서울대학교 상과대학17회 포럼에서 강의한 내용을 심명기 동문이 요약한 것을 이곳에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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