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술문명과 인문 정신
법무법인 충정 대표 변호사
이 우 근 (李 宇 根)
*서울대학교 법학 석사
*워싱턴 주립대학 법학석사 방문연구원
*서울 행정법원장
*서울 중앙지법원장
*현: 법무법인 충정 대표
예술의 전당 이사
중앙일보 중앙시평 칼럼니스트
*저서 : 바보가 그리운 시대 2007
톨레랑스가 필요한 기독교 2009
서울대학교 대 선배님들로부터 강의를 들어야 할 후배가 강의를 하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이 시대는 버릇없는(?) 세상이니 양해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오늘 현대문명의 특성과 전망에 대하여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는 3 T ( Information Tech. Bio Tech. Universe Tech.)의 세상에 살고 있지만 소극적인 관점에서 보면 5 탈(脫) 사회에 살고 있다고 봅니다.
즉 (1)탈윤리(脫倫理) (2)탈문화(脫文化) (3)탈문자(脫文字 (4)탈역사(脫歷史) (5)탈자연(脫自然).
먼저, 탈윤리(脫倫理)는 IT 산업의 발전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IT 전문가에게 들으니 IT의 발전은 에로문화가 선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화상 채팅, 원조 교제가 IT 산업의 소산입니다.
BT 도 원래는 식량을 개발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배아 복제, 더 나아가서 인간 복제가 가능하게 될 전망입니다. 년 전에 황우석 박사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맞춤형 아기의 생산이 당장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암시를 받았습니다.
복제의 주체인 인간이 복제의 객체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이혼 증가율이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저의 소장 판사 시절에는 이혼 할 때 서로 양육권을 갖겠다고 싸웠는데 요즘은 반대로 서로 양육을 맡지 않겠다고 다툰다고 합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은 육체적 죽음에 앞 서 사회적 죽음을 맞고 있습니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아침 뉴스에 증권시세부터 시작하여 허무 개그와 쇼프로그램으로 해가 집니다.
10여 년 전 프랑스 문부성에서는 15세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컴퓨터를 금지 한 적이 있는데 이는 어린이들이 밝은 태양아래에서 뛰 놀고 뒹구는 시간을 많이 갖도록 하여 더불어 사는 인격을 함양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3T의 발전은 탈문화(脫文化)를 가속시키고 있습니다.
소위 인문학의 위기,문화의 쇠퇴는 역시 기술 문명의 발달이 가져온 결과입니다.
우리나라는 50년이란 짧은 기간에 세계 10대 교역국이 되고 국민이 대통령을 뽑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70년대 일본사람들이 코웃음 쳤던 포스코가 당시 세계 1위의 신일본 제철을 제쳤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산업화, 문명화의 이면에는 짙은 그늘이 여기 저기 도사리고 있습니다.
국토의 분열은 물론 동과 서, 이념, 정파, 계층간의 분열이 만연하고 있으며 지역 이기주의와 국익보다는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 판을 치고 있는 정치문화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기술, 자동차 문명은 경이적으로 발달했지만 자동차 문화는 수준이하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민주화에 대한 훈련이 부족한 결과라고 봅니다.
제가 나온 고등학교의 교훈이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 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멋진 교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의 자유와 집단의 평화를 연결하는 것이 문화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다음, 탈문자(脫文字)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요즘 세대는 읽는 것에서 깊이를 추구하기 보다는 보는 것으로부터 즐거움을 택하고 있습니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소설은 볼세비키 혁명 당시 나약한 지식인의 아픔을 나타낸 것인데 그 소설을 영상화한 영화는 한 편의 연애영화로 기억에 남고 있습니다.
책이나 역사의 기록이 전자 영상 매체화 됨으로서 환타지와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다음 탈역사(脫歷史)현상은 역사성의 부정을 말합니다.
전통과 역사 그리고 기성세대를 부정하는 것은 결국 새로운 억압체제를 가져오는 우를 범하고 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개(改)라는 글자는 나와 아버지가 함께한다는 의미입니다.
서구 철학의 사조도 Kant의 “보편성”에서 Sartre의 “주체성 ”을 거쳐 Derrida의 “관계성”으로 변하는데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사람을 인간(人間)으로 , 즉 관계적 존재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서구 과학의 사조도 Newton의 고전물리학에서 Einstein의 상대성 원리, Heisenberg의 불확정성 원리를 거쳐 이제는 Bohm 의 통합체 가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통합체 가설은 서양의 물리학에 동양의 기(氣)사상을 가미한 불가지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서양의 철학과 물리학의 사조도 관계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년 전에 병역기피자에게 양심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린 판사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저는 양심(Conscience)이란 말의 CON은 “함께”라는 뜻이므로 개체적 양심과 함께 공동체적 양심이어야 한다고 반박하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부라보콘 도 함께 먹어야 맛있는 것처럼 ...
문화 의식은 역사의식에서 나오는데 이집트의 로제타석이나 신성문자, 그리고 투탕카멘의 유물들이 자국인이 아닌 불란서나 영국 사람에 의하여 발견되었고 우리나라의 향가, 이두문이 일본학자에 의하여 연구 발표된 사실을 역사의식의 후진성 때문입니다.
조선시대 1400년 경 이순지(李純之)는 이미 그 당시에 지동설을 갈파하고 지구 공전의 시간을 현재와 1초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정밀하게 계산하고 있었는데 지금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그 보다 200년 뒤에 나온 갈릴레오가 지동설의 원조라고 가르치고 있고 있으며 전 세계에 그 유례가 없는 조선왕조실록도 우리나라 역사 교육에서는 무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늘 날 탈자연(脫自然) 현상은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것으로부터 느낄 수 있습니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개발하려는 욕구가 문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연의 역사화가 문명이라면 역사의 자연화가 바로 문화라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현대 문명의 5탈(五脫 )에 대하여 말씀 드렸는데 그 치유 방법은 무엇일가요?
저는 역사에서 인류에게 큰 영향력을 끼친 사람으로 Kal Marx, Freud, Jesus 세 사람을 꼽습니다.
Marx는 무산계급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 유물사관을 정립하였지만 이것이 독재 권력과 결탁되었을 때 개인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Freud도 부조리와 심리적 불안에 대한 연민에서 인간 심리를 분석하고 탐구 했는데 이것이 인간을 지배하려는 권력욕과 결부 되었을 때는 선동정치의 도구, 비인간화의 수단으로 변모되었습니다.
Jesus도 종교적 굴레에 매인 인간 영혼을 구원하려는 사랑에서 출발했는데 중세에 이것이 국교화되고 세속권력과 결탁되었을 때 타락한 것입니다.
오죽하면 Kierkegaard도 번영으로 망한 종교는 기독교 밖에 없다고 갈파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사랑의 의지가 권력의 의지로 변질 되었을 때 5탈이라는 현대 문명의 그늘이 지는 것이므로 이 권력의 의지를 다시 사랑의 의지로 환원시키는 것이야 말로 그 치유 방법이라고 결론 지울 수 있습니다.
끝으로 저는 17세기 신학자 R. Meldenius 의 말을 인용하고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In Necessariis, unitas
in no necessariis, libertas
in utrique, caritas !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비 본질적인 것에는 자유를
그리고 모든 것에서 사랑을 !
이글은 2011년 5월 3일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17회 포럼에서 강의한 내용을 이곳에 전재한 것이며, 심명기 동문이 강의 내용을 요약하였다.
'지식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 김 명 호 ( 성공회 대학 교수) (0) | 2011.07.06 |
---|---|
일본기업 그리고 한국기업 - 안경수 회장 (0) | 2011.06.16 |
성장사회에서 성숙사회로 - 이재열 박사 (0) | 2011.04.13 |
한미FTA, 개방과 경쟁을 통한 도약 - 김현종 박사 (0) | 2011.03.10 |
대형재해 맞설 사회방패 만들자 (0) | 2011.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