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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샘

인생 이모작 은퇴 후의 글쓰기-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인생 이모작- 은퇴 후의 글쓰기

 

김영희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

 

제 전공은 국제 문제이기 때문에 최근 초읽기를 하고 있는 북핵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하겠습니다만 강의 제목에 맞춰 먼저 은퇴 후의 글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나중 질문 시간에 북핵 이야기를 간단히 하겠습니다.

 

저는 기자생활을 58년 하고 올 해 77세인데 2003년 경 70살을 바라볼 때 은퇴 후에 필히 찾아오는 퇴직 금단현상, 소위 멘붕사태를 어떻게 다스릴까 생각하다가 언론계 출신들이 보통 하는 것처럼 대학의 전임교수로 간다는 것은 도저히 마음에 내키지 않아 소설쓰기에 도전하기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기자생활로 정서가 메말라서 그런지 여기 민병문 주필처럼 시를 쓰기는 어려울 것 같고 해외 특파원생활에서 경험한 소설보다 더 소설적인 여러 가지 사건들을 소재로 삼으면 소설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박동선 사건을 현지에서 처음부터 청문회까지 취재한 저로서는 권력과 돈과 여성 이라는 소위 흥미의 3대요소를 갖춘 좋은 소설 감이라고 생각했고, 러시아 혁명 당시 고려인으로서 안렌산드라 김이라는 30대 초반의 여걸이 고려인 최초의 볼세비키 당원이 되어 빨치산 대장으로 활동하다 처형당한 사건 등은 훌륭한 소설 소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2003년 당시 출판계에 몸담고 있는 언론계 선배가 하멜이란 테마를 던져 주어 글쓰기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조그만 동굴 입구를 들어가 보면 무한히 넓은 광장과 미로가 얽혀있듯이 하멜이란 인물에 접근하다보니 당시유럽 강국 네델란드가 영국과 경쟁적으로 인도네시아 향료 쟁탈 전쟁을 벌이고 있고 ,중국에서는 청나라가 세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도꾸가와 막부가 욱일승천하고 있는데 조선은 병자호란을 격고 효종이 쓰러져가는 명을 다시 세우기 위해 북벌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며 하멜의 경우처럼 저절로 굴러 들어온 당시 세계최강국 네델란드의 온갖 기술자와 정보를 고스란히 일본 나가사끼에 빼앗기는 등 이곳 저 곳 탐색해야 할 자료들이 너무 많아 소설쓰기 시작 당시 2년이란 계획이 턱없이 짧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집필에 착수한지 1년만인 2004년에 커다란 건강상의 암초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즉 췌장암 진단을 받고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수술까지 포기하고 서른 가지 이상의 대안요법을 찾아 헤매다가 삼성의료원 암센터에서 독일 어느 제약사의 임상실험 1호에 참여하게 되어 기적적으로 췌장암의 진전을 정지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거쳐 소설 하멜은 당초 2년 계획에서 8년이 되는 작년 추석 전 발표되어 3쇄까지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역경에는 은총이 따르듯이 발표가 늦어지긴 했어도 그 동안 다른 소설도 참고하고 공부하면서 고쳐 쓰기를 거듭해 소설로서의 모양을 갖추는 데는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신문기자는 소설을 쓰는데 있어 취재능력이란 강점을 갖고 있는 반면 써 놓고 보면 르포형식이 되는 단점이 있는데 이런 단점을 교정하는데 8년 동안 묵히면서 고쳐 쓰고 다듬은 것이 결국 허송세월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경우 일본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아꾸다가와(芥川)상 수상자가 보통은 젊은이인데 작년 수상자는 76세의 여성이었고 98세에 시인으로 등단하여 100세에 사거한 예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단국대학교 설립자 장충식씨가 작년에 "그래도 강은 흐른다."라는 5권짜리 대하소설을 발표하였을 뿐만 아니라 출판기념 문화 콘서트를 열고 성악가 수준으로 "선구자 "을 열창하는가 하면 80회 생신연에서는 바이올린까지 연주한 바 있습니다.

 

77세인 저나 장충식씨에 비하면 서울상대 17동기회 여러분들은 28 청춘이나 다름없습니다.

 

글쓰기를 생계수단으로 하지 않는 한 의지만 있으면 여러분들이 우리나라 산업화에 쏟아 부은 정열이라든지 외환위기를 타개한 경험과 느낌 등 등 시나 소설, 그림, 노래 등으로 얼마든지 풀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의 경우 문제는 우리나라의 독서 풍토인데 한무숙 상,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한 소설이 제 소설 하멜과 같이 나란히 진열되어, 1만부 정도 밖에 안 팔리는 반면 김진명의 책은 1천만부나 팔린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소설쓰기에서도 일종의 타협이 필요한데 적자를 면할 만큼 문학성과 재미를 조절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 외교 현황에 대해서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역대 정권 중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외교에서 탁월한 기량을 보였고 박정희 대통령은 시대적 사명을 다했다고 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북문제에 있어서 어느 전문가도 못 따라갈 정도로 숙성기간을 오래 준비해 온 대통령이었고 ,노태우 대통령은 남북기본합의서라는 걸작을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외교문제에 있어서 거의 음치에 해당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전략적 개념이 없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 상륙과 같은 졸작을 만들었습니다.

 

그냥 묻어 두어야 할 문제를 일본이 바라는 바와 같이 말썽의 씨앗이 된 것이죠.그러니까 아베 신조와 같은 우익분자가 재선하게 된 1등공신이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우익화에 후진타오도 일조를 했다고 보는데 중국은 현재 아태지역에서 미국과 헤게모니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1842년 아편전쟁 이후 영국과 미국에 내 주었던 中華로서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서 해군력을 증강하고 민족의식을 강화하기 위하여 센가꾸 문제와 같은 외부 위기의식을 고취하고 있다고 봅니다.

 

중국이 이번에 북핵문제와 관련, 안보리 2087호 채택에 동참, 북한을 견제한 것도 우익화 일본을 의식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초읽기를 하고 있는 북한 핵실험은 미국 본토까지 공격이 가능할 정도로 탄두를 경량화 하는 실험인데 이것이 성공하면 집단 자위권을 되찾으려는 일본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현 시점에서 버튼만 누르면 핵실험을 실행할 수 있는 99 %의 준비를 해 놓고 1 % ,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보는데 유엔의 무력적 제제는 사실상 안보리 이사회 결의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어렵고 미국이 취할 가장 유력한 수단은 금융동결입니다. 북한의 금융동결에서 구멍이 있는 것이 중국인데 중국도 북한이 더 앞으로 나간다면 미국과 동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은 이번에 국무장관, 국방장관에 초 거물급을 임명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어느 장관이나 안보 수석이 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박당선인의 경우 경제민주화와 복지 문제에 70~80 %의 역량을 붓고 주변 대국 역학관계의 복잡한 외교문제에 대해선 인식이 부족한 것 아닌가 우려가 됩니다.

 

그나마 외교안보 브레인인 최대섭씨도 나가고 해서 저는 일전 신문에 북핵을 둘러싼 외교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밖으로 눈을 돌려 해법을 찾으라는 제안을 한 바도 있습니다.

 

여러분 경청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글은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17회 동기생 포럼에서 강연한 내용을 심명기 동문이 요약한 것을 이곳에 전재 한 것입니다.